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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안심전환대출' 증액에 은행권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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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타격 클 듯…주가 '뚝뚝'

"왜 은행만?"…볼멘소리도 나와

금융위원회가 ‘안심전환대출’ 한도를 증액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더해 ‘안심전환대출’이 수익성을 꽤 갉아먹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일각에선는 “만만한 은행만 괴롭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 실적 ‘빨간불’…투자자들 ‘냉랭’

금융위는 지난 29일 ‘안심전환대출’ 한도를 기존의 2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가뜩이나 ‘안심전환대출’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은행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바닥이 무너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은 평균 3.5% 수준의 대출금리를 약 2.6%로 낮춰주기에 대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은행은 그만큼 손해다.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하는 16개 은행의 손실액은 올해에만 약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기에 차후 금리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도 포기해야 한다.

은행의 수익성 감소 위기는 자본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저금리 기조 때문에 은행의 수익성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심전환대출’ 출시 및 증액은 은행주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30일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100원(2.6%) 떨어진 4만1200원으로 마감했다. 하나지주도 같은 기간 200원(0.7%) 하락한 2만8400원을 나타냈다.

KB금융지주만 이날 종가 3만8850원을 기록, 전거래일보다 550원(1.4%) 오랐다.

‘안심전환대출’ 출시가 가시화된 지난 23일부터 계산하면, 신한지주 주가는 4만4000원에서 4만1200원으로 2800원 내렸다.

같은 기간 KB지주는 4만원에서 3만8850원으로, 하나지주는 2만9800원에서 2만8400원으로 각각 1150원 및 1400원씩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은행주에 다소 호의적인 시선이 있었는데, 이제는 싹 사라졌다”며 “투자자들의 외면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도 있음을 암시했다.

다만 현재의 하락폭은 과대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악영향이 있다 해도 현재의 은행주 하락세는 시제 이상으로 반영된 것 같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 등이 사라지는 등의 호재가 나오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 “은행 타격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은행이 입는 손실이 알려진 것처럼 크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은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금융회사가 이자수입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수수료 수입을 얻는 구조”라면서 “실제 은행권 수익 감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마진은 0.2~0.3%포인트 수준이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 취급 은행에 대출 취급 시점에 약 0.2%포인트의 일회성 수익을 제공하고, 매년 0.1∼0.2포인트의 수익이 보장된다”고 밝혔다. 이는 기본관리수수료가 0.1%포인트에 개별 은행 자율로 0.1%포인트 범위 내에서 금리가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 계산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또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가 35~70%지만,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의 위험가중치는 0%라 자본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추가적으로 대출 구조개선에 따라 은행의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가 연 평균 2000억원 가량 감면되는 혜택도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안신전환대출’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은행의 익스포져를 줄여줘 은행의 유동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했다.

◆“은행만 고통” 불만

그럼에도 은행들의 찡그린 낯은 펴질 줄을 모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증액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7%대로 내려간 은행의 NIM은 올해 기준금리가 또 인하되면서 1.7%선이 무너지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여기에 ‘안심전환대출’ 40조가 충격을 가하면서 NIM이 1.6% 아래로 내려갈 것이란 우려도 높다.

무엇보다 ‘안심전환대출’에서 2금융권이 제외된 것이 은행의 불만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금융권 금융사들이 약 3000개에 달해 금리, 담보여력, 취급기관 등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통일된 전환상품을 협의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은행들은 “우리만 괴롭힌다”고 불평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결국 2금융권의 경우 지역 유지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힘들지만, 은행은 대부분 정부 소유이거나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 압박하기 쉽다는 점이 고려된 듯 하다”고 쓴 입맛을 다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당초 계획에도 없던 ‘안심전환대출’ 20조원 증액은 ‘주먹구구식 졸속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추가 투입으로 은행들은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며 “금융노동자들은 영업현장에서 극심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동시에 장래 자신의 고용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이율배반적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추가대책에는 이에 대한 보상 대책조차 없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민간은행들을 자신들의 지갑으로 취급하는 ‘관치금융’”이라고 덧붙였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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