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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안심전환대출' 月 한도 증액 '확정'…年 한도 증액은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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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한은과 협의 등 절차 복잡…나쁜 풍토 조성 ‘위험’

2금융권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끓어오르면서 월별 한도 5조원은 이미 의미가 없게 됐다. 그러나 올해 한도 20조원의 증액은 쉽지 않아 대상이 안 되는 대출자들은 속을 끓일 전망이다.

또 ‘안심전환대출’의 2금융권으로의 확대는 여러 장벽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다.

◆“나도 전환해달라”…나쁜 풍토 조성할 수도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월별 한도 증액은 확정됐다”며 “5조원이 모두 소진돼도 계속해서 ‘안심전환대출’을 판매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안심전환대출’ 월별 한도에 얽매이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첫날인 지난 24일 이미 승인액 3조원을 넘겨 이날 안에 5조원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융위가 한도에 신경 쓰지 않기로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대출자들은 쉬임없이 전환을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덕분에 현재 약 75% 수준인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만기일시상환이나 거치식 및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올해 한도로 잡은 20조원까지 증액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적으로 하반기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금융위 단독의 판단으로 이를 진행할 수 없으며, 기획재정부 및 한국은행과 협의해야 한다.

더 많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도 늘려야 한다.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기 위해 한은이 주금공에 총 2000억원을 출자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쁜 풍토를 조성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미 많은 대출자나 대출 수요자들이 ‘왜 나는 전환이 안 되느냐’, ‘신규 대출금리도 2%대로 해달라’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꾀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안심전환대출’ 출시가 불러온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소비자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안심전환대출’ 한도가 거듭해서 증액된다면, 이를 노리고 멀쩡히 분할상환을 잘 하던 대출자들까지 거치식이나 만기일시상환대출로 갈아탄 뒤 차후의 전환을 노릴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은행 수익성 악화 위험 커

섣부른 ‘안심전환대출’ 한도 증액이 불러올 또 하나의 큰 부작용은 은행 수익성 악화다.

이미 ‘안심전환대출’ 때문에 이를 취급하는 16개 은행의 손실은 1400억∼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금리가 연 3.5%대인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2.6%대 낮은 금리의 ‘안심전환대출’로 바꿔줘야 하는 탓이다. 순이자마진(NIM)의 감소가 불가피함은 물론 정부 정책 때문에 갈아타는 고객에 중도상환수수료조차 받을 수 없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하는 규모만큼 각 은행은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MBS를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며 “MBS의 금리가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아서 이자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분명 처음에는 MBS 매입 의무가 50%라고 들었는데, 출시 직전 100%로 늘어났다”며 “50%도 갑갑한데 100%는 정말 힘들다”고 머리를 저었다. 그는 “가뜩이나 저금리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안심전환대출’의 한도까지 증액된다면, 은행의 수익은 급전직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한은이 주금공이 2000억원을 출자하는 대신 MBS 매입의무를 100%로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은행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은행주 주가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날 KB금융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 2.19% 하락한 3만8050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4만850원)와 하나금융지주(2만8250원)도 전일보다 2.16% 및 2.08%씩 각각 내렸다. 세 은행주는 어제도 2.51%, 3.69%, 2.2%씩 하락했었다.

한편 같은 이유로 ‘안심전환대출’의 2금융권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16개 은행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2금융권은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농협 지역조합, 저축은행 등 수천 곳에 달한다”며 “이들을 모두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특히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소호대출”이라며 “이들은 ‘알짜 고객’인 자영업자들을 결코 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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