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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증인 선서 거부’로 국회 권한 뭉갠 김용판, 국회의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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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내년 총선 ‘새누리 공천’ 출마설 파다한 김 전 서울경찰청장

대구에서 ‘나는 왜 청문회 선서를 거부했는가’ 출판 기념회


“아마 오늘 다들 약속도 있고 해서 이야기가 길어지면 중간에 나가실 분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분명히 약속드리겠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7시 정각에 끝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참고 견디셨다가 끝나면 나가주시기를 바랍니다.”

14일 저녁 6시30분께 대구 달서구 감삼동 웨딩알리앙스 5층 갈리비에 컨벤션홀. 무대에 오른 김용판(57)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마이크를 잡고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이날 이곳에서는 김 전 청장이 쓴 <나는 왜 청문회 선서를 거부했는가>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70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 김 전 청장은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결백과 억울함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위증죄가 성립되려면 선서가 있어야 한다. 선서를 안 하면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다. 당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야권에서 가장 듣고 싶었고 믿고 싶었던 내용이었다. ‘김용판이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이었다.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를 분석해서 증거가 나왔는데 직원들로 하여금 안 나오게 보이도록 축소·은폐를 지시했고, 김용판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축소·은폐를 했고, 그래서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내용을 믿고 싶었던 것이 당시 야권이었기 때문에 제가 선서했다면 바로 위증죄로 고발된다. 그러면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할 수가 없다. 그러면 또 위증죄에 대해 재판이 이뤄진다. 그러면 지금쯤 무죄 판결은 났겠지만 그 사이 사람 죽는다.” 그는 당시 청문회에 나와 선서를 거부한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오히려 (보도자료를) 가지고 있다가 다음날 아침에 발표하면 ‘밤새 주물럭거려서 이렇게 나왔다’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어려울 때는 원칙을 지킨다는 그 원칙대로 내부적인 토의 과정을 거쳤다. 밤 11시에 발표했던 것은 보도자료를 만드는 등의 시간 때문에 공교롭게도 밤 11시가 된 것이지, 대선 토론에 맞춰서 밤 11시에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국가정보원의 댓글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축소해 발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렇게 반박했다.

1월29일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대선에 개입할 의도로 허위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경찰의 수사 방식 및 발표 내용과 시기에 모두 비상식적인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선거에 영향을 줄 의도는 없었다는 김 전 청장 등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의 이 무죄 확정 판결 결과를 언급하면서 “법원의 판결은 ‘검찰에서 짜맞췄다’는 것이다. 이것이 판결문 내용”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 전 청장은 346쪽 분량의 이 책(정가 2만원) 거의 대부분을 자신의 결백과 경찰 시절의 업적 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그는 38쪽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영장 신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당시 경찰청장이 영장 신청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다시 영장 신청 보류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당시 경찰청장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찰청장은 ‘요건도 되지 않는 사건에 대해 영장을 신청하는 경찰에게 어떻게 수사권을 줄 수 있겠느냐, 경찰의 수사역량에 대한 비판의 빌미를 주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압수수색영장 신청에 반대했다고 김 전 청장은 책에서 밝혔다.

김 전 청장은 또 경찰 시절 자신의 업적을 설명하면서 “내가 2001년 7월4일 대구 달서경찰서장에 취임하고 나서 바로 한 것이 폭주족 척결이다. 서울경찰청장 하던 시절에도 서울의 폭주족을 완전히 없앴다. 폭주족 척결은 주폭(주취폭력) 척결의 원조였다”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김 전 청장의 출판기념회에서는 문희갑(78) 전 대구시장과 조용길(75) 대구 달서구노인회장이 축사를 했다.

문 전 시장은 축사에서 “김용판 청장이 26개월 동안 당한 고초와 시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죄를 만들어서 앞으로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이 사회에서 일을 못하도록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형편없는 사람들이 권모술수,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남을 죽여서 밟고 일어나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조 회장도 축사에서 “거짓 폭로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고 23년 동안 정성과 성의를 다해 책무를 다한 사람은 26개월 동안 재판과 조사를 받으며 갖은 곤욕을 다 치르며 명예가 망가지고 말았다. 김용판 전 청장께서는 새로운 각오와 용기를 가지고 사회에 진출해서 우리가 바라는 올바른 지도자의 역할을 해주시는 용기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청장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달서을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대구의 경우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않으면 당선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누리당 공천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출판기념회도 내년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김 전 청장은 1월 대구 달서구에 전입 신고를 했고, 진천동에 달구벌문화연구소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열었다. 김 전 청장은 대구 달서구 월배에서 태어나 월배초와 달성중, 경북대 사대부고, 영남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대구 달서경찰서장을 지냈다.

공교롭게도 현재 대구 달서을 지역구의 국회의원도 경찰 출신인 새누리당 윤재옥(54) 의원이다. 그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는데, 대구 오성고를 나왔다. 김 전 청장이 대구 달서경찰서장을 맡기 직전이었던 2000년 달서경찰서장을 역임했다. 경북지방경찰청장과 경기지방경찰청장을 하다가 2012년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만일 김 전 청장이 실제 대구 달서을에 출마한다면, 이곳에선 경찰 수뇌부 출신끼리 새누리당 공천을 두고 대결을 벌이게 된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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