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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SNS가 만드는 위험사회] "SNS, 폭로·분노의 場에서 벗어나 일상소통의 공간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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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전문가 4人의 조언]

표현의 자유·알 권리를 위해 다른 가치 무시하는 시대 지나

모두가 '디지털 人性' 갖추고 허위 정보·명예훼손 등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 있어

언론은 '재빠른 검증' 노력해야

유·무선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우리 일상(日常)생활에서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영국에선 말기 암 청년이 숨지기 직전 SNS를 통해 자신처럼 암에 시달리는 10대를 위한 모금 활동을 벌여 320만파운드(약 55억3000만원)를 모은 일도 있었다. SNS가 아니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한편으론 문창극 전(前) 국무총리 후보가 '친일분자'로 낙인이 찍혀 중도 사퇴하는 과정에서도 SNS의 정치적 파괴력이 드러나기도 했다. 소통의 수단으로 등장한 SNS가 잘못 활용될 경우 사회적 소통을 왜곡시키는 위험성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거대 미디어'로 부상한 SNS의 실태에 대해 진단하고 올바른 SNS 소통 문화를 위해 2일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SNS는 훌륭한 소통 수단이지만, 과도한 '연결성'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일상화된 SNS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의사소통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통의 수단으로 개발된 SNS에서 정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훈 "최근 위험이 증폭되는 이유는 우리가 '초(超)연결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사람이 연결돼 있다. 예전에는 변방에서 작게 떠드는 목소리가 중심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순간에 폭발력을 가지며 전체를 '셧다운(shut down)'시킬 수도 있다."

장광수 "정보기술(IT) 시스템에만 의존하면 한 곳에서 발생한 문제가 순식간에 사회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 정보기술의 혜택은 누리되 '정보 위험 사회'가 되었다는 인식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

2일 본사 회의실에서 SNS 소통 문화 진단을 위해 열린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SNS가 일상화되면서 발생하는 폐해와 개선 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장광수 한국정보화진흥원장, 김철균 전(前)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 김도훈 트리움 대표,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명원 기자


김철균 "우리는 스마트폰 보급 이후 지난 3~4년 사이 순식간에 '모바일' 기반의 사회로 바뀌었다. 변화는 급격하게 이뤄졌지만, 우리가 거기에 대응할 시간이나 논의가 없었다."

한규섭 "트위터에서 양극화되고 서로 분절돼 있던 여론이 페이스북으로 옮겨가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하는 것 같다.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없는 '폐쇄형 SNS'를 통해 사람들이 선택적으로 여론을 접하면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한 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가 사퇴하는 과정에서 KBS가 9시 뉴스를 통해 문 후보의 강연 일부를 발췌해 역사관 문제를 제기한 이후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친일파' '식민사관 소유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장광수 "SNS 여론의 흐름을 살펴보면 일종의 '리딩(선도) 그룹'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SNS 공간에는 다중(多衆)이 참여하고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그 그룹의 실체는 분명하지 않다. 그들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으면 여론을 잘못 이끌 가능성도 있다."

김철균 "최근 외신을 통해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표현한 감정이 우리 자신의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실험적으로 증명됐다는 보도를 접했다. SNS 여론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으로 흐르고 전염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흐름에 취약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규섭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서비스다. 과연 이것이 한국적 토양에 맞는지 회의적이다. 한국 사회가 이제는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 등을 위해 다른 가치들이 무시돼도 좋은 단계는 지난 것 아닌가. 무조건 '폭로'부터 하고 보는 정서는 사회적 성찰(省察)을 가로막는다."

―개인들이 연결되고 소통하고, SNS를 통해 참여하는 것은 덕목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김도훈 "우리는 참여의 질(質)이라는 측면에서 문화 지체를 겪고 있다. 기술은 빨리 발전하는데,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후진적이다. 최근 10년의 댓글 분석을 해보면 뉴스 댓글에는 '냉소'가 나타나고, 트위터에는 '분노'가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갈 곳 없는 분노가 모인 곳에서 합리적 소통의 룰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김철균 "익명성이 문제다. 과거 PC통신은 100% 실명(實名)제였다. 그때는 토론을 해도 극단적으로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익명성'이 주어지자 전혀 다른 환경이 만들어졌다. 책임성이 훨씬 떨어진 것이다."

―왜 SNS에서 여론이 더 극단화되는 것일까.

한규섭 "소셜 미디어를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후진국이나 민주주의가 덜 성숙한 나라에서나 볼 수 있다. 한쪽으로 편향된 정보가 돌아다녀도 사람들이 다른 정보에도 노출되면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지금도 '대선 불복'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대선 당시 SNS 등을 통해 접했던 정보 자체가 전혀 달랐던 것이다."

김도훈 "지난 지방선거 당시 여론조사를 했는데, 세대별로 소비하는 매체가 달랐다. 중·장년 이상은 TV 뉴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고, 젊은 세대는 뉴스를 온라인으로만 봤다. SNS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리딩 그룹의 존재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문제는 그들이 좌파·진보적 성향 한 가지 색깔만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장광수 "우리는 '디지털 인성(人性)'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짧은 기간에 큰 변화를 겪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SNS가 일상화되면 실제 인격과 디지털 공간에서의 인격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까."

―우리는 하루 800만명 이상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카카오톡에서만 하루 60억건의 메시지가 오가는 'SNS 과소비' 사회다.

장광수 "SNS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 또 SNS에서의 명예훼손이나 인권 침해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용자들에게 계속 알려야 한다."

―SNS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김도훈 "SNS에서의 허위 정보나 명예훼손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SNS나 인터넷에서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부끄러워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존 언론도 SNS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미국 '폭스뉴스'는 아예 뉴스룸에만 들어가면 SNS에서 돌아다니는 무수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바꿨다고 한다."

한규섭 "한국 사회가 이렇게 계속 갈등을 조장하는 형태로 가서는 지속될 수 있을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결국은 기술이나 매체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인식도 중요하다."


[좌담회 참석자]

▲장광수 한국정보화진흥원장

▲김철균 전(前)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도훈 트리움(SNS 분석 기업) 대표



[정리=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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