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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야당 人士 적극 영입해 대통합 정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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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

道政회의에 도민들 직접 참여… 官治 깨기 위해 민관協治할 것

與, 기존 진보·보수의 틀 깬 정치적 원천기술 개발해야

차기 大選 출마 안 해… 그때 도지사로 일하고 있을 것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는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득표율 59.97%를 기록했다.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제주 지역 득표율(50.46%)에 약 10%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제주도에서 현 여권(與圈) 출신이 도지사에 당선된 것도 처음이다. 원 당선자는 제주시 연동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역대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찍어본 적 없었던 10%의 유권자가 저를 선택해줬다"며 "정치적 편 가르기, 인맥과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것을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 당선자는 6·4 지방선거 기간에 제주도 내 170개 마을 전체를 돌아다니는 '마을 심부름꾼 투어'를 한 데 이어, 당선 직후인 지난 5일부터 이 마을들을 다시 찾아가 주민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듣는 '마을 탐방'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의 핵심은.

"당선 전과 후가 다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되고 또 찾아오니 기특하다' '초심(初心)을 잃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도지사의 작은 권력에 취하지 않고 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답도 찾을 거다."

―당선 소감에서 '변화와 협치(協治)'를 말했다. 대통합을 위해 새정치연합 후보였던 신구범 전 지사에게 도정 인수위원장을 맡겼다. 지방정부 차원의 '연정(聯政) 실험'인가.

"뛰어넘을 장벽이 두 개 있다. 첫째 정당대결·당파정치를 뛰어넘는 통합정치에 노력해야 한다. 둘째 관치(官治)를 깨기 위한 민관(民官)의 협치를 해내야 한다. 두 가지를 축으로 하는 원희룡의 '다른 정치'로 모든 문제에 접근하겠다."

―통합정치란 어떤 것인가.

"여야가 서로 정체성과 경계선을 존중하면서도 담장 너머로 손을 내밀어 협력하자는 것이다. 야당과 당정협의를 하거나 야당 인사 중에 훌륭한 분을 모셔서 권한을 나누는 것을 못할 바 없다."

―민관협치는 어떻게 해나갈 건가.

"현장에 있는 민간 전문가, 정책의 수요자인 농민·기업인·학부모·학생 등을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시키겠다. 주요 정책 분야별로 '도정(道政)회의'를 만들고 도지사 권한을 위임하겠다. 관료가 결정한 정책에 형식적으로 자문만 하는 위원회와 달리 실질적인 정책 심의·의결 권한을 갖는 협치 기구를 두는 것이다. 관료 독점의 울타리를 허물겠다. 정책집행 단계에서도 행정시장에게 권한을 위임해 책임 있게 운영하도록 하겠다."

―6·4 지방선거가 여야(與野) 8대9로 끝났다. 국민의 뜻은 뭐라고 보나.

"여야 모두의 패배다.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여당과 야당 모두에 대한 심판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민은 여당이 국민의 아픔과 교감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줬을 때 신뢰를 보낸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국민이 여당에 신뢰를 보낼 근거가 없어진 것이다. 야당도 국민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면서 기득권을 둘러싸고 집안 싸움 하는 모습만 보였다. 야당은 정권에 실망하고 있는 국민에게 대안(代案)을 내놓고 희망을 보여줄 때 기회가 있는 건데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야당은 역대 최약체였다고 본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에 대해 평가해 본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단호한 대응, 그 강도(强度)는 적절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한두 박자 항상 늦었다. 시기를 놓치면 더 강한 정치력을 투입해도 효과는 절반만 나온다. 언론과 SNS를 통해 흐르는 민심의 속도를 정치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다. 대통령 보좌 시스템이 위만 쳐다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이 팽목항에 상주할 수는 없다."

―새누리당의 대응은 어땠나.

"나름대로 역할을 하려고 했지만 많이 부족했다. 국민이 바라는 집권 여당의 역할, 즉 국민을 안심시키고 위로하면서 새롭게 모든 것을 개조하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면에서 봤을 때 미흡했다. 국민의 절망적인 아우성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에는 희망이 있다고 보나.

"새 정부 출범 후 2년까지는 새로 취임한 대통령의 어젠다(agenda)가 전적으로 지배하게 돼 있다. 아직까지 새누리당에 비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비전을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내부 진통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창조를 위한 산통(産痛)일 것이다."

원 당선자는 대학입학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학교 수석 입학, 사법시험 수석 합격 등을 차지한 '수석 인생'이다. 검사 생활을 거쳐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당내 소장파·비주류이긴 했지만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2011년 당 대표 경선 등 정치적 목표를 향해 꾸준히 도전해 왔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 당선으로 차기 대권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거냐.

"나는 차기 대선 때 도지사로 일하고 있을 거다.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했다."

―차차기 대선에도 출마 안 하나.

"도지사 임기를 벗고 나면 그때 다시 생각할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격차를 완화하고 정파 간 합의가 가능한 정치를 만드는 데 일조하려 한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 새정치연합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 등도 차기 대권 후보로 함께 떠올랐다. 여야 간 설득과 타협을 강조하는 점에서 서로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 정치권이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나.

"정치권 전체에 대해 국민의 염증이 정말 크다. 국가적 최우선 과제가 무엇이냐에 대해 여야가 공통점을 찾아보고 그것이 크다면 연정을 할 수 있고, 차이점이 많더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협조하며 나머지 부분에선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여지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차단하는 정치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발전하려면 이런 낡은 정치의 틀을 깨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국가적 과제를 앞으로 쭉쭉 밀고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대한민국에 공급될 것이다. 국민도 정치의 생산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현실 정치 속에서 쉽지 않은 목표 아닌가.

"처음부터 길이 있는 건 아니다. 발자국이 많이 찍히면 거기에 길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다녔던 길만 간다면 기존에 있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일 뿐이다. 역사를 만들어 가는 개척자, 혁신가가 되려면 새롭게 발자국을 찍어야 한다."

[제주=금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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