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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병상, 연간 500억 적자 '성남시의료원'...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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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7차례 걸쳐 109명 의사 모집에도 24명 채용

같은 기간 퇴사한 의사 42명, 의료진 충원률 54%

509병상 중 일평균 109.2명 입원, 의료손실만 늘어나

대학병원 위탁으로 상급병원 구조전환사업 연계 계획

[성남=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의사 정원 99명에 현원 54명, 병상 가동률 20%. 대한민국 최초 시민 발의로 설립된 시립의료원인 ‘성남시의료원’이 처한 현실이다. 연간 의료적자만 500억원에 달한다.

성남시의료원 전경.(사진=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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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부족→의료서비스 저하→환자 감소→재정 악화→의료진 이탈’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성남시가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추진 중이지만, 승인권을 쥔 보건복지부는 1년 4개월째 묵묵부답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 흔적 지우기’ 또는 ‘수익성 위주의 공공성 포기 선언’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기로에 선 성남시의료원의 현주소와 성남시가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짚어본다.

환자도, 의사도 안 찾는 공공의료원

성남시는 민선 8기가 출범한 2022년 7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총 109명의 의사를 채용하기 위한 공고를 냈다. 하지만 이 기간 중 신규 채용된 의사는 24명, 성남시의료원을 떠난 의사는 42명이었다. 지난 2023년 6월부터 9월까지 4차례 공고에서는 단 한 명의 지원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의료환경 변화 등이 주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의료인력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불안정한 진료시스템 등으로 인한 퇴사자는 계속 늘기만 했다.

성남시의료원은 현재 24개 진료과목에 54명의 의사가 근무 중이다. 509병상 운영이 가능한 의사 정원은 99명으로 충원률은 54%에 그친다. 의료진 부족은 ‘진료-수술-경과 관찰’이라는 원스톱 진료시스템 구축 실패로 이어졌다. 사실상 종합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것이다. 지난해 성남시의료원의 일평균 입원환자 수는 109.2명으로 병상 가동률은 21%에 그쳤다.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도 2022년 828.4명에서 지난해 498.2명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환자 수 감소는 경영수지 악화로 직결됐다. 연도별 성남시의료원의 의료손실액을 살펴보면 2021년 477억원, 2022년 548억원, 2023년 514억원, 2024년 412억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488억원의 적자가 나온 셈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2023년부터 24년까지 적자가 줄어든 것은 성남시의 고강도 지출 절감과 출연금 증액의 영향이지, 수익 증가로 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성남시의료원에서 나타난 악순환의 고리는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과, 흉부외과, 순환기내과 등 필수·중증의료 서비스 저하도 불러일으켰다. 취약계층을 위해 설립된 공공의료원의 핵심 기능들이 약화된 것이다.

‘이재명 흔적 지우기’Vs‘수도권형 지방의료원 재탄생’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성남시는 2023년 11월 보건복지부에 성남시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 승인을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장 출신인 신상진 성남시장은 “위탁운영을 통해 필수 및 중증 진료, 미충족 의료뿐만 아니라 회복기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선도적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성남시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2023년 3월 23일부터 4월 3일까지 성남시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61.9%가 ‘대학병원급에 위탁 운영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성남시 자체 운영’을 택한 응답자는 38.1%에 그쳤다.

하지만 복지부는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승인 여부에 대한 회신을 주지 않고 있다. 공공의료원 위탁운영에 관한 승인 기준과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성남지역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성과를 지우기 위한 정략적 계산이자, 수익성 위주로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공공성 포기 선언”이라며 “성남시의료원의 민간위탁 추진을 불허해야 한다”고 성남시와 복지부를 압박했다.

반면 성남시는 대학병원 위탁운영이 성남시의료원 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과 함께 복지부가 추진 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과 연계한 ‘수도권형 지방의료원’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시장직속 비급여수가심의위원회 통한 의료비 상승 제한’과 ‘표준 진료지침(CP) 개발·확대 적용’ 등으로 위탁운영에 따른 진료비 상승 우려를 불식시킬 계획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당뇨병에서 이어지는 심장질환이나 안질환과 같이 통상 취약계층은 하나의 질환만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성남시의료원이 종합병원으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공공의료원이라는 이름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통해 상급종합병원과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고, 공공보건의료사업도 보다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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