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찔끔 비'···내일 최대 고비
강한 바람·연무로 진압 늦어지고
다시 고온건조 날씨에 불안 커져
지리산 향한 불길에 산청 초비상
인근 국립공원 직원까지 총동원
20ℓ 등짐펌프 매고 산 오르내려
울주는 높은 습도로 엿새 만에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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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남 산청에 예보됐던 비가 내리지 않자 지리산국립공원 초입 마을인 중산리의 이승용 이장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국립공원이 산불에 뚫릴 경우 마을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관광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이장을 비롯해 인근 마을 주민 1600여 명은 전날 대피소로 급히 이동했다. 산림 당국은 이날 일반 헬기보다 담수량이 최대 5배 큰 미군 대형 헬기를 지리산 현장에 투입, 진화에 나서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바람 풍속이 강하고 안개가 자욱해 헬기 운항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엿새째 곳곳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괴물 산불’로 인해 전국이 불바다가 됐다. 이날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1~5㎜ 내리는 데 그쳤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브리핑에서 “일부 지역에 내린 비로 주불이 진화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산불이 확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울산 울주 산불은 높은 습도로 엿새 만에 진화됐다.
반면 산청·하동 산불은 한때 진화율이 90%까지 올라 주불을 잡는가 싶었지만 바람이 불며 확산돼 오후 7시 기준 81%로 떨어졌다. 이달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시속 8.2㎞의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원명수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장은 “시간당 8.2㎞는 자동차로 시속 60㎞를 달리는 정도로 아주 빠른 속도”라고 했다. 28일부터는 기온이 높고 건조한 현상이 다시 지속돼 산불이 더 확산할 우려가 있다.
진화 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녹록지 않다. 지리산이 절벽·계곡 등 험준한 지형으로 이뤄져 있는 데다 30㎝ 이상 두께로 쌓인 낙엽, 소나무 송진 등으로 발생한 매캐한 연기와 함께 불길이 올라와 인력 투입이 쉽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지휘본부는 공중에서 헬기로 물을 부은 뒤 방화선을 설치하고 다시 헬기로 ‘산불지연제’를 뿌리는 ‘3단계 방식’의 진화 작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개와 연기 등으로 헬기가 투입되지 못해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날 안동 지역까지 확대된 산불은 시내 방면까지 침범했고 오전 10시에는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산불의 영향 구역은 정확히 파악이 어렵지만 약 3만 6000㏊로 추산되며 역대 최악의 산불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곳곳에서 잡히지 않은 대형 산불들은 바람에 따라 향후 진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의성 산불은 주풍인 서풍을 타고 동쪽을 향해 긴 화선을 형성하며 해안인 영덕까지 진출했다. 이후 바람의 방향이 남쪽이나 북쪽 계열로 바뀌게 되면 안동, 영양이나 청송, 의성까지 불이 더 번질 위험이 커진다. 또 26일부터 산불 확산 위험이 높아진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남풍 또는 남서풍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같은 방향의 바람 세기가 강해질 경우 불이 번질 위험이 한층 높아진다.
6일째 계속된 산불에 사망자는 오후 10시 기준 28명까지 늘었다. 영양군 석보면에 위치한 영양사가 불에 타 무너지며 주지 선정 스님이 소사 상태로 발견됐고 경북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다 실종됐던 산불 감시원은 한 차량 안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산불 진화율은 청송 80%, 의성 62%, 안동 63%, 영양 60%, 영덕 55%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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