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일상 속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5년도 안 남았다"
로봇 노동이 더 생산적인 시대 온다
삼성·현대차·LG 등 로봇 개발 가속화
"美·日·中 앞선 로봇, 韓도 뛰어든다"
‘인공지능(AI) 황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연 자사 연례 개발자 회의인 ‘GTC 2025’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를 두고 이렇게 말하자, 글로벌 산업계는 다시 한 번 놀랐다.
황 CEO는 올해 초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물리적(피지컬) AI’ 개념을 들고 나온 이후 얼마 안 돼 열린 이번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돌아다니는 시대가 올 수 있다”며 “이는 5년 뒤의 문제가 아니라 (더 짧은) 몇 년 뒤의 문제”라고 했다. 그가 거론한 물리적 AI는 AI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로 나온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게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이다.
“휴머노이드 시대, 5년도 안 남았다”
황 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조업 공장에서 먼저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 대를 임대할 때마다 10만달러(1억4600만원)가 들 것인데, 이는 경제성이 꽤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 생산성과 기타 노동 비용 등을 감안하면 사람보다 로봇이 낫다는 뜻이다. 산업의 미래가 완전히 새롭게 쓰여질 수 있을 만한 변화다.
지난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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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CEO의 말처럼 AI는 로봇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로봇이 복잡한 환경에서 사람과 유사하게 움직이려면 팔, 다리 등의 관절 반복 훈련을 통해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 학습의 고도화 과정에서 생성형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 로봇업계 거장인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카이스트 교수)은 “많은 이들이 휴머노이드에 대해 의심했다”며 “그러다가 생성형 AI가 나오며 다시 적극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고 했다.
최근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AI 학습을 통해 터득한 동작을 공개했다. 자연스럽게 걷기, 뛰다가 멈추기, 무릎 꿇고 기어가기, 전방 회전 낙법하기, 앞구르기, 누워서 옆으로 몸 돌리기, 물구나무 서기, 측면 공중제비 돌기 등이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는 탄성을 자아냈다. 사람의 동작 데이터들을 수집해 학습하면서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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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는 무궁무진한 확장성 덕에 시장 전망은 장밋빛이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지난 2023년 24억3000만달러에서 2032년 66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45.5%에 달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일본, 중국이 앞서 있는 로봇 산업에 한국 등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로봇산업 청사진 구체화하는 기업들
국내 기업들은 휴머노이드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준호 교수를 영입해 미래로봇추진단을 꾸린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족보행 로봇 ‘RBQ-10’을 시연했다. 로봇팔이 부착된 채 네 발로 걷는 이른바 ‘로봇개’다. 삼성전자는 이를 연내 출시해 제조현장 내 보안, 경비 업무와 화재 진압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아틀라스를 통해 업계를 놀라게 한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미 엔디비아의 세계 최초 오픈소스 기반 휴머노이드 AI 개발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 N1’을 활용해 지난해부터 아틀라스를 학습시키고 있다. 실제 연내 현대차 생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LG전자는 AI홈의 이동형 허브 역할을 하는 ‘Q9’을 연내 출시한다. 더 나아가 중국 스타트업 유니트리로부터 휴머노이드 모델을 구입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 직원들이 ‘텔코 에지 AI’ 기반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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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업계도 로봇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SK텔레콤은 전국 주요 거점에 AI 서버를 두고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텔코 에지’ 인프라를 자율주행 로봇을 위한 핵심 기술로 보고 고도화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 AI 에이전트 ‘익시오’를 통한 ‘안심 지능(Assured intelligence)’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는 복안이다.
네이버는 2010년대 초반부터 연구개발(R&D)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중심으로 핵심 로봇 기술들을 내재화해 물리적 AI를 위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모건스탠리의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 유일하게 ‘인테그레이터(완전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제조하는 기업)’ 부문에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매핑 로봇(왼쪽), 디지털 트윈(중앙), 서비스 로봇 루키(오른쪽). 매핑 로봇이 3차원 지도를 만들고, 이 지도를 클라우드에 올리면, 서비스 로봇들은 이 지도를 기반으로 원활하고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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