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다양성 지우기’
제2차세계대전의 격전지 이오지마에서 성조기를 게양하는 미군의 모습.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45년 2월 23일에 AP사진기자 조 로즌솔이 촬영한 사진으로 1945년 퓰리처상 사진 부문을 수상했다./위키미디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국방부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상징과도 같은 ‘이오지마의 성조기’ 사진을 웹사이트에서 최근 삭제했다. 태평양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이오지마 스리바치산 정상에 미 해병대원들이 성조기를 세우는 장면을 담은 사진인데, 대원 중에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병사가 있다는 점이 삭제 배경으로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척결에 나선 가운데 ‘미 해병대 역사상 가장 야만적이고도 고귀한 전쟁’으로 불리는 이오지마 전투의 역사 기록까지 삭제된 것이다.
19일 워싱턴포스트·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 웹사이트에서 ‘이오지마의 성조기’ 사진이 사라지고, 사진에 등장하는 해병대원 여섯 명 중 하나인 아이라 해밀턴 헤이스를 소개하는 내용과 그의 사진도 함께 삭제됐다. 원주민 출신인 헤이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버지의 깃발’을 비롯해 여러 영화·저작에서 조명받았던 인물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진을 삭제한 이유는 원주민 출신 해병대원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미국 국방부는 현재 DEI 정책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웹사이트에서 삭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오지마는 일본 본토에서 남쪽으로 약 1250㎞ 떨어진 화산섬이다. 1945년 2월 19일 이 섬에 상륙한 미 해병대는 3월 26일 섬을 완전 탈환할 때까지 6800여 명의 전사자를 냈다. ‘옥쇄’를 감행한 일본군은 수비 병력 2만933명 가운데 약 1만9900명이 전사·행방불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과 함께 연방 정부 기관의 DEI 프로그램을 모두 폐지했고, 취임 후 50일 동안 총 15개의 DEI 관련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합참의장인 찰스 브라운 장군을 전격 경질했고, 미국 최초 여성 해군참모총장인 리사 프란체티 제독을 포함한 군 수뇌 다섯 명에 대한 교체도 지시했다. 미군에서 인종·성별에 따라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책도 모두 없앴다. 현역 복무 중인 1만4000여 명의 성전환 군인에 대한 강제 전역과 추후 입대 금지도 추진하고 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