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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트럼프식 보호주의’… 수출에 비상등 켜진 K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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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바이 유러피언’ 정책 강화… 무기 팔려면 현지서 생산 요구

K방산의 핵심 수출처인 유럽이 ‘트럼프식 보호주의’ 정책을 강화하면서 국내 방산 업계의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무기를 팔고 싶으면 생산을 현지화하라’는 요구인데, 당장 대규모 생산 시설이 없는 한국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산 업계는 올해 전년도 수출액(95억달러)의 2배가 넘는 240억달러를 목표로 세운 상태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는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Plan) 정책을 지난 19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8000억유로(약 1273조원) 이상을 투입해 EU 회원국의 무기 보유를 늘리는 것이 골자다.

이 정책의 핵심은 ‘유럽산을 구매하라(Buy European)’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와 유사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덴마크 왕립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오늘날 국방 투자의 대부분이 유럽 밖으로 나가면서, 유럽 밖에서 좋은 일자리, 연구·개발과 혁신이 생기고 있다”며 “이런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유럽산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고 했다.

EU는 이를 위해 유럽 재무장 예산 가운데 1500억유로를 유럽산 부품을 많이 사용하는 무기에 대출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U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비EU 회원국의 무기를 살 때 완제품 가격의 65%에 해당하는 부품이 EU 회원국이나, 유럽자유무역협정(EFTA) 권역, 우크라이나에서 공급돼야 한다는 요건도 붙었다. 유럽 방산 기업들이 EU가 기대하는 물량을 5년 안에 채울 만한 생산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지만, 폴란드 등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해 온 한국 방산 업체들엔 큰 장벽이 생긴 셈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처럼 사실상 유럽에 현지 생산 시설을 갖추라는 의미”라며 “당장 생산 시설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그때까지 정부가 외교력으로 판로를 뚫어 주지 않으면 고성장하는 유럽 시장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미국·유럽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라, 현지화 전략을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국내 방산 1위인 한화그룹의 경우 작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했고, 최근엔 미국 내 조선소 2곳을 갖고 있는 호주 기업 오스탈의 지분을 매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폴란드 방산 업체 WB그룹과 유도탄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JV) 설립을 검토 중이며, 루마니아에서는 이르면 올해 중으로 K9 자주포 생산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에 K2 전차 생산 시설을 두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중동 등에서도 단순 무기 구매보다는 현지 생산 투자를 조건으로 한 협력 모델을 선호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한화가 3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핵심 이유 중 하나 역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발맞춰 현지 생산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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