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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엔짜리 ‘신칸센 경기’ 티켓 매진… 日 여자 프로레슬링 다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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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의 방구석 도쿄통신]

지난해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프로레슬링 경기에 참가해 발차기를 하는 아라이 유키(오른쪽) 선수. /소셜미디어 스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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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일본 도쿄에서 출발한 오사카행 신칸센 고속열차. 모든 좌석이 승객들로 빼곡히 채워진 가운데 한 열차칸에 형형색색의 레슬링복을 입은 여성들이 올라탔다. 이들은 양옆 좌석 사이 성인 한 명이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통로에서 서로에게 ‘헤드록’을 거는 등 난투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일본 스포츠 단체 ‘도쿄여자프로레슬링’이 주최한 여자 프로레슬링 경기였다. 경기 입장권(열차 좌석) 값이 장당 최고 6만엔(약 58만원)이었는데 전 좌석(70석)이 판매 개시 2시간여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일본 경제 호황기 전성기를 누렸던 여자 프로레슬링의 인기가 부활하고 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선수 40여 명이 소속된 여자 프로레슬링 단체 ‘스타덤’은 최근 연간 매출 15억엔(약 147억원)을 올렸다. 5년 전과 비교해 일곱 배 뛴 것이다. 스타덤을 비롯해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여자 프로레슬링 단체는 14곳으로 전성기였던 1980년대(2곳)보다도 크게 늘었다.

일본 도쿄 가부키초의 공연장 신주쿠페이스에서 지난해 9월 열린 여자 프로 레슬링 경기 장면/프로 레슬링 단체 PPP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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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자 프로레슬링은 일본 경제의 대호황기였던 198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이 시기 건립된 요코하마 아레나 등 대규모 공연장들은 여자 프로레슬링 대회가 열릴 때마다 자리가 가득 찼다. 하지만 1990년대 거품이 꺼지고 공식 리그(전일본여자프로레슬링)가 부도를 맞으면서 수십 년 간의 침체기를 겪었다.

그런 여자 프로레슬링의 인기를 다시 끌어올린 공신으로 지난해 8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극악여왕’이 꼽힌다. 1980년대 죽도·사슬 등 무기를 들고 난폭한 퍼포먼스를 벌인 선수 ‘덤프 마쓰모토’의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 폭언·구타·성희롱 등 어두운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현지 넷플릭스 TV쇼 시청률 1위에 오를 정도로 흥행했다. 이는 여자 프로레슬링에 대해 향수를 가진 장년층과 신선함을 느낀 젊은이들 모두를 경기장으로 이끌었다.

모처럼 부활 조짐을 보이자 여자 프로레슬링계도 바빠졌다. 관련 단체들은 ‘신칸센 경기’처럼 이색 대회를 주최하는 것은 물론 편의점·화장품 등 기업들과 협업한 상품을 내놓으며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 팬은 “여자 프로레슬링은 단순 스포츠를 넘어 사회에 억압된 (일본 여성들의) 피로를 해소하게 해준다”고 했다. NHK는 “드라마의 히트뿐 아니라 ‘여자 프로레슬링을 계속 발전시키겠다’는 단체들의 열의가 열풍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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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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