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상 알려온 VOA 직원 휴직…방송파행
한국통 포진한 윌슨센터도 축소 대상 지목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의소리(VOA)방송 건물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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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과정에 권위주의 국가에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의 이념을 세계에 전파해온 관영 매체도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의 마이클 어브래머위츠 국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링크드인 글에서 자신을 비롯해 기자, 프로듀서, 보조 직원 등 1300명의 VOA 직원 대부분이 이날 휴직 처리됐다고 밝혔다.
어브래머위츠 국장은 VOA에 대해 “독재하에서 사는 이들에게 미국의 이야기를 알리고,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뉴스와 정보를 제공해 전 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장려한다”면서 “유명한 VOA가 83년 만에 처음으로 침묵 당해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이날 VOA의 한국어 홈페이지에는 “VOA 방송국 사정으로 현재 한국어서비스 방송과 웹/소셜미디어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알림이 떴다.
2024년 8억8600만달러의 예산으로 직원 약 3500명을 고용했다.
VOA와 또 다른 USAGM 산하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언론이 통제되는 북한, 중국 등의 내부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해당 국가에 미국의 입장과 국제사회 소식을 전하는 기능을 해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USAGM은 RFA,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동유럽 국가들에 소식을 제공하는 자유유럽방송(RFE)의 예산도 끊었다.
USAGM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 우파 정치인 캐리 레이크가 특별 고문을 맡고 있다. 레이크 고문은 전날 성명에서 “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 기구에는 낭비, 사기와 남용이 만연하며 미국 납세자가 자금을 제공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간첩과 테러리스트 동조·지지자들이 USAGM에 침투했고, USAGM이 가짜뉴스 기업에 수억달러를 써왔다고 주장하고서 “이 기구는 구제 불가능하다”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레이크가 다른 트럼프 충성파처럼 새 행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보직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레이크의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고 주목했다. 당초 레이크는 USAGM을 이끌면 VOA를 “정보 전쟁”의 강력한 “무기”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 2015년 워싱턴DC의 우드로 윌슨센터 ‘현대차-KF 한국역사 및 공공정책 연구센터’ 발족식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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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1968년 미 의회가 설립한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센터’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국제연합(UN) 창설에 산파 역할을 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 기관은 수만 건의 역사적 문서를 직접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지난 2015년 6월에는 KF와 현대차 후원으로 300만달러(약 45억원)를 투입해 ‘현대차-KF 한국역사 및 공공정책 연구센터’를 발족했다. 지난해에도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2주년을 맞아 윌슨센터에서 이를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직전에 취소됐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번 조치가 “전 세계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지해온 80여년의 미국 역사를 부정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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