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7 (월)

“현지화율 60% 보장·지분투자 이견”… 체코원전 본계약 지연될 수도

1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열린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에서 축사 뒤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최종 계약 협상 기한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국이 핵심 기자재 현지화 비율과 건설 자금 조달 방법 등을 두고 견해차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애초 최종 계약 기한인 3월을 넘어 4월 이후로 계약이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체코 현지 언론과 한겨레 취재 등을 종합하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 등은 최근 두코바니 신규 원전의 핵심 기자재 등을 포함한 현지화율 보장 여부를 두고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양쪽은 두코바니 2기 건설 과정에서 체코 현지화율 60%를 보장하는 큰 틀의 합의는 이뤘지만, 비교적 단가가 높은 핵심 기자재 비중을 높여달라는 체코 기업 쪽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원전을 짓는 국가에 핵심 기자재 공급 비중을 보장해주는 문제는 국내 부품 협력사의 수익 보존뿐 아니라 향후 원천 기술 이전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국내 한 원전 부품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원전 핵심 부품의 경우 기술력이 보장되지 않으면 원전 고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공급사 선정 절차가 아주 까다롭다”며 “체코 기업들의 기술력 수준은 물음표이지만, 체코 정부가 나서 요구하고 있다보니 한국 협력사들이 (공급 비중이 줄어들까 봐)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현지에서 “두코바니 원전은 체코와 함께 짓는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수원 체코 사무소 해리 창 부사장은 최근 현지 일간지 ‘믈라다 프론타 드네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체코 현지 기업의 참여가 전체 계약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체코 기업이 품질과 가격, 납기에 대한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면 최대한 참여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에 대비해 원전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현지 기업 200곳의 리스트를 뽑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체코 정부는 “한수원이 두코바니 입찰에 성공하는 것은 전체 공사비 4천억코루나(약 24조원) 중 체코 기업들이 2400억코루나(약 14조) 상당의 계약을 체결한다는 의미”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현지 건설 경기를 부흥시키는 방법으로 오는 10월 의회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체코전력공사가 새로 지어질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의 소유권을 정부 등에 이전할 수 있는 옵션 행사 기한이 기존 2월 말에서 5월 말로 재차 연기됐다. 체코 산업부 공시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체코 정부가 신규 원전 2기 중 1기의 자금(약 12조원) 조달 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수원의 지분투자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체코전력공사가 새로 지어질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소유권(지분)을 정부에 이전하는 옵션 행사 기한을 2월 말에서 5월 말까지로 제차 연기한 점은 한국의 지분 투자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현지 언론들은 체코전력공사가 소유권을 넘길 지분 약 70% 대한 이전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점을 주목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체코 정부의 한 해 예산 17.3%에 해당하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원전 건설 비용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부나 다른 투자자에게 소유지분을 이전하는 절차에 대한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한국전력이 막판 지분투자(18%, 9억달러)를 한 전례가 있고, 체코 정부도 건설 재원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 한국이 건설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원전 지분 투자란 한수원 같은 건설 주계약자가 일정한 건설 자금을 지원한 뒤 수십 년에 걸쳐 이를 원전 전기 판매 수익으로 보장받는 계약을 말한다. 바라카 원전의 경우 1조원이 넘는 대출 이자와 더불어 이후 지분 수익 보장 비중이 하향 조정돼 투자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체코 정부는 나머지 1기의 자금 조달 계획을 한수원과 최종 계약 이후 공개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체코 언론 사이에선 원전 계약을 지원사격하던 윤석열 대통령 부재와 계약 세부 조항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계약 체결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두코바니 우선 협상자 선정 직후 윤 대통령이 체코로 날아가 체코 첨단기술 연구개발비 3700만 달러(약 538억원) 지원 계획 등을 약속했지만, 탄핵 국면에서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지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한국이 더 좋은 협상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 최종 계약이 지연되고, 이는 한국 협력사들이 입찰서 유효기간의 만료로 공사비 증가 폭탄을 맞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체코와 세부 조항 등을 조율 중”이라며 “기한 내(3월 말) 최종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