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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갈마 해변으로 관광 갈 수 있을까? [김연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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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9일 강원도 원산시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돌아본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와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연결하는 관광문화지구를 잘 꾸리라”고 했다고 이틀 뒤인 3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의 갈마해안관광지구 방문엔 딸 김주애양도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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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연철 | 전 통일부 장관·인제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해변과 콘도를 말했다. 바로 명사십리, ‘모래가 밝게 빛나는 십리 해안’으로 원산의 갈마반도 동쪽이다. 이곳에 대규모 관광단지가 착공한 지 10년 만인 올해 6월에 문을 연다. 트럼프 시대, 갈마 해변이 북-미 협상의 무대로 혹은 쟁점으로 등장했다. 넘어야 할 산을 점검해 보자.



일단 갈마해안관광지구의 규모를 봐야 한다. 호텔 12개, 콘도 27개 동, 펜션과 민박을 합쳐 객실 수가 2만개다. 과거 금강산관광지구의 객실 590여개와 비교해 보면, 어마어마하다. 북한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왜 갈마지구의 완공에 온 힘을 쏟았을까? 원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향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더 중요한 이유는 국제적인 제재 상황에서 외화를 벌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관광이기 때문이다.



6월에 문을 열면 누가 올까? 북한 국내 관광부터 시작하겠지만, 이 정도 규모의 시설을 유지하고 운영하려면 당연히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북한은 먼저 러시아 관광객을 기대한다. 그러나 러시아 극동에는 사람이 없고, 러시아 서쪽 도시에서 오려면 이동 비용이 높다. 한해 수천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우선은 중국 관광객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팬데믹 이전 북한의 국외 관광객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었다. 관광객이 가장 많았던 2019년, 수익이 적은 당일 관광을 제외하고,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13만명에서 15만명으로 추정한다. 대부분 북한과 인접한 동북 3성 주민들이다. 중국 관광객이 접근성이 좋은 나진이나 신의주가 아니라 원산까지 가려면 교통편이 복잡하고 비용이 늘어난다. 중국 관광객만으로 하루 2만개의 객실을 채울 수는 없다.



갈마지구의 규모를 고려하면 당연히 남쪽 문을 열어야 한다. ‘아름다운 해변’에서 미국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콘도는 이미 충분히 지었으니 트럼프 호텔을 또 짓기는 어렵고, 문제는 관광객이다. 한국계를 포함한 미국 사람이 해변에 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2017년 6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했을 때, 트럼프 정부는 북한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강력한 금융제재를 포함하는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도 트럼프 정부 때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적인 여론을 바꾸려면, 북한이 과거 사건의 재발 방지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개별 관광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관광회사의 영업 활동은 제재의 벽을 넘어야 한다. 당연히 미국은 관광을 북핵 협상의 보상으로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다시 ‘밝은 미래’를 말하지만, 북한의 기대는 높지 않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될 때,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건넨 ‘밝은 미래’가 적힌 문서를 자리에 그대로 두고 떠났다. 6년이 흘렀지만, 불신의 상처는 깊다. 일본의 관광객은 어떨까? 북한과 일본이 아주 오래된 납치 문제의 늪에서 벗어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다면, 원산은 양국 인적 교류의 통로가 될 것이다. 물론 만경봉호가 다시 원산항으로 들어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이 갈마의 성공을 바란다면, 남한의 관광객을 무시하기 어렵다. 1998년에서 2008년까지 10년 동안 금강산 관광객은 195만명이었다. 2007년 한해만 35만명으로, 팬데믹 이전 중국 관광객보다 많았다. 물론 갈마는 금강산이라는 불신의 계곡을 넘어야 갈 수 있다.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이 17년이 흐른 현재에도 유효한지 의문이다. 북한이 아무런 협의도 없이 철거한 금강산의 남측 시설물에 대한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과거의 문제를 덮은 채, 미래의 협력을 하기는 어렵다. 관광객이 안심하고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은 북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관광은 문을 여는 것이고, 당연히 개방사회로 전환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남북 관계가 너무 멀어졌다. 남북 관광교류는 남북 관계의 성격이 적대가 아니라 협력으로 전환해야 가능하다. 낙관하기 어렵다. 그러나 멀리 보면 갈마의 성공은 남쪽 강원도의 기회다. 무너진 남북 관계의 복원은 접경의 평화와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북 관광교류를 시작하기 전에도 강원도의 양양 공항이 혹은 속초와 고성을 지나는 육로가 미국, 일본, 혹은 중국인이 갈마로 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세계도 한반도도 온통 위기의 바다인데, 갈마라는 작은 기회의 배가 나타났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전환하는 협상의 기술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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