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건기식 판매 3~10배 싼 가격에 소비자 몰려
제약업계 반발에 일양약품 철수..“성분·함량 등 부족”
“마진 못 내는 구조”에 제약사 ‘입문용’ 노렸단 분석
서울 시내 다이소 매장에 건강기능식품들이 진열된 모습. 사진ㅣ인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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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다이소에 입점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화제입니다.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한 약사들의 반발에 한 제약사가 닷새 만에 철수를 결정하자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침해당했다며 약국을 상대로 분통을, 약국은 다이소에 입점한 제약사를 겨냥해 불매 운동을 거론하며 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를 두고 가격 대비 성능이 훌륭한 '가성비'인지 '소비자 기만'인지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약사들의 반발이 예상됐음에도 제약사들이 다이소 입점을 강행한 이유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젊은 소비자층을 확대하려는 제약사와 신규 카테고리 개발을 원하는 다이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입니다.
최대 10배 싼 건기식 등장에 소비자 '호응' 약국은 '불편'
제약사들은 ‘검증된 건기식’을 ‘합리적으로’ 쉽게 살 수 있다고 홍보하며 가격을 3000원, 5000원으로 설정했습니다. 포장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성분을 대폭 줄이고 대량 생산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평균 가격이 2~3만원대인 건기식을 최대 10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이소 매장에 소비자들이 몰렸습니다.
비판의 화살은 곧장 일양약품을 빠지게 만든 대한약사회 및 약사들에게 향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약국이 폭리를 취하려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소비자단체도 입장문을 내고 "다이소에서 파는 건기식은 성분, 함량, 원산지에 차이가 있고 기존 제품이 36개월 분량인 것과 달리 1개월분 단위로 판매해 가격을 줄였다"며 대한약사회가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약사들의 공세에도 제약사들은 규정을 지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패키지에 건강기능식품 성분과 함량 등이 쓰여 있다"며 "건기식 같은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야 해서 허가 사항에 따라 영양, 기능, 섭취량, 보관 방법, 주의사항 등이 법적 기준에 맞게 들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중 일부 제품이 품절된 모습. 사진ㅣ인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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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의 건기식 출시 이후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는 약사들이 약국 판매용 제품과 다이소용 건기식 성분을 비교 분석하는 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건기식 제품은 총 30여종인데 이중 약사들이 추천한 제품들은 빠르게 품절됐습니다. 이외 대부분 제품은 재고가 충분한 상황입니다.
약사들은 제약사들이 단순한 성분, 함량 표시 이상의 정확하고 소비자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이소용 건기식이 전부 가성비가 좋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습니다. 같은 중량의 주 성분으로 놓고 비교해보면 다이소 건기식이 싸지 않은 게 많고 일부는 오히려 약국이나 해외 직구 건기식에 비해 가격이 3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비싸다는 의견입니다.
한 약사는 유튜브 리뷰 영상에서 "다이소에서 파는 유산균은 1억마리 균 보장에 5000원 15포인데 시중에 판매하는 100억마리 보장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이 10배 차이 나는 것"이라며 "유래특허유산균도 질에서 분리된 유산균에 대한 특허를 말하는 거지 질 건강에 효과 있다고 기능성을 받은 게 아니다. 오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멀티비타민은 성인용 제품임에도 비타민A 2100IU, 비타민E 11mg, 비타민 B1 1.2mg 이하 등 성분 함량은 어린이용 제품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오메가3는 노르웨이산이라고 표기했지만 원료 출처가 불분명하며 유명한 제조사 제품을 썼다면 한 달 치 5000원이라는 가격을 맞추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약사들은 단순 가격만 놓고 '다이소 VS 약국' 구도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국내 건기식 거래의 상당수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데 왜 약국과만 비교하느냐는 것입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따르면 2024년 국내 건기식 시장에서 온라인 유통 채널 점유율이 69.8%로 가장 높았고 약국 비중은 4.2%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약사는 "다이소와 약국에서 파는 건기식은 같은 제품이 아니다. 다이소 제품은 제약사에서 원료사를 대부분 기재하지 않았고 약국에서 파는 제품과 원료의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안 된다고 판단한다"며 "소비자들이 가성비만 생각했을 때 금액적으로 혹하는 가격이다 보니 약국이 욕을 먹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리틀약사'에서 다이소 건강기능식품을 분석하는 영상. 캡쳐ㅣ리틀약사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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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4조 다이소 눈에 들어온 건기식..."가격·효능은 선택의 문제"
소비자들은 영양제에 대한 허들이 낮아지고 선택지가 넓어졌다며 다이소의 건기식 출시를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종근당건강은 이달부터 랏토핏 골드를 입점했으며 루테인 제품은 입고 시기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다이소에 가장 많은 건기식 품목을 납품하는 만큼 예정대로 판매를 진행할 확률이 높습니다.
한 약사는 "통, 박스 등 부자재에만 약 700~1000원이 들고 이를 뺀 나머지 가격으로 건기식을 만들려면 높은 품질을 갖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최대 5000원에 맞추려면 값싼 원료를 쓸 수밖에 없어서 제조사 공개를 꺼렸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제조사가 마진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에서 애초 제약사의 다이소 입점이 매출 증대가 목적이 아니었을 거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다이소는 전국 매장이 1500개 이상인 국내 1위 생활용품점 기업입니다. 지난해 매출은 4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다이소에 입점하면 소비자에게 자사 건기식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기존 고함량 건기식 제품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미끼 상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약사들이 일부 제품은 '입문용'으로 괜찮다고 추천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양약품의 다이소 철수와 관련해 대한약사회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약사회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개별 약사들에게 다이소 납품 제약사를 상대로 불매운동 등을 지시했다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를 저질렀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가 제약사 손을 들어줄 경우 다이소에 입점을 희망하는 제약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이소 역시 과거 초도물량으로 들여온 기초 화장품 '리들샷'이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품절이 잇따르자 물량을 대폭 늘렸던 사례처럼 소비자 수요에 따라 건기식 품목과 물량 또한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이소도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규 카테고리를 개발해야 하는데 건기식처럼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아이템이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제약사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안정적인 판매 채널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10~20대 젋은 고객이 다이소에 많은데 이들에게 자사 제품을 노출시킨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덧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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