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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0 (목)

제주항공 참사 한달밖에 안됐는데...점점 커지는 항공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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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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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부산 에어부산 화재 사건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항공 포비아(공포)가 퍼지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15분쯤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홍콩 출발 예정이었던 에어부산 BX391편에 화재가 발생했다. 항공기 탑승객 176명(승객 169명·승무원 6명·탑승 정비사 1명)은 비상 슬라이더를 통해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경상자 3명이 나왔지만,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화재는 약 1시간 뒤인 같은 날 밤 11시30분 완전히 진압됐지만, 비행기는 반소(半燒)됐다.

탑승객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한 달 만에 국내외에서 여객기 사고 소식이 들려오면서 항공 포비아가 커지고 있다. 특히 29일(현지시간) 밤 미국 버지니아주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 인근에서 착륙하려던 아메리칸 항공 소속 소형 비행기가 미군 헬리콥터와 충돌하자 공포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생업 때문에 한 달에 최소 네 번 서울과 제주에 오가고 있는 유모씨(50대)는 지난달 참사 이후 LCC(저비용항공사)에서 대형항공사로 이용 항공사를 바꿨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에어부산 화재까지 더해지면서 LCC에 대한 가족들의 걱정이 컸다. 유씨는 "안전이 우려되지만, 비용 때문에 대형항공사만 이용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이번 사태 이후로 항공사가 정비 등 관리를 철저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홍콩 출국 일정을 잡은 요리사 B씨(26)는 출장, 여행 등 해외에 나갈 일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 안전에 대해 더욱 신경 쓰게 됐다. 그는 "그동안 항공사를 선택할 때 가격과 지연 시간 등을 주로 고려했지만 앞으로는 안전사고 시 사후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도 주의 깊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70대 여성 이모씨는 상대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걱정이 앞섰다. 이씨는 "친구들과도 (제주항공 참사 이후) 이야기했는데 다들 여행 못 가겠다며 무서워하는 분위기였다며 "상대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비상 상황일 때 대피하기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연이은 사고 소식이 시민들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적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공 재난 경험이 잊히기 전에 비슷한 경험을 겪으면 항공 여행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어서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 특임 이사는 "에어부산 화재 사고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재경험하게 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단순 화재 사건이 아니라 트라우마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고, 비행기 탑승 취소 등 회피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미국 항공기 충돌 사고도 강력한 리마인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동욱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행기 사고가 경각심을 갖거나 경계하는 원인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적 트라우마로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안전 방안 등을 신속히 발표해 심리적 안정감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이사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공동체에서 안정감 등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항공 안전을 위해서 어떤 체계가 작동하고 있고 관리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 역시 "너무 지나친 두려움이나 걱정을 갖지 않아야 한다"며 "항공사 등 기관에서는 사고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날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에 앞서 관계 기관과 현장 점검에 나섰다.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탑승 승객들이 비상탈출을 하고 있다. 승객 169명, 승무원 7명 모두 대피했으며 화재는 진압됐다./사진=독자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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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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