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였던 지난 7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인근 술집 거리. 한창 식사 시간이었지만, 거리에 걸어다니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이민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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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올해부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개막했다. 작년 대비 인상률은 1.7%에 불과하지만,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깊어진 내수 침체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상인들은 “알바비가 부담스러워 있던 직원도 해고했다” “알바 줄 돈이 아까워 내가 10시간 넘게 일한다”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의 특성에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으로 행해진 최저임금 폭등이 카운터 펀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7일 오후 6시쯤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술집 골목은 연초 대목을 맞았음에도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오후 7시가 넘어서도 젊은 손님 두세 명 정도가 짝을 지어 골목을 지나갈 뿐이었고, 본지 기자가 찾은 골목에 있는 수십 개의 음식점에서 손님이 10명 이상 앉아 있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 앞에 쓰인 ‘대형 단체석 110석 완비’라는 문구가 적힌 한 고깃집에서는 단 4명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강남역 인근에서 5년째 포차 가게를 운영 중인 40대 송정근씨는 “계엄과 제주항공 참사로 손님이 뚝 끊기고 올해부터는 최저임금도 1만원이 넘어 지난달에 알바생 4명 중 3명을 그만 나오라고 했다”며 “코로나가 끝나가던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30%는 줄었는데, 여기서 매출이 더 떨어지면 직원 없이 키오스크를 써야 할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근처에서 10년째 곱창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도 “최저시급이 1만원이 넘을 것을 우려해 작년 가을부터 알바생을 계속 줄여와 현재는 단 두 명”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전기료 인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최저임금이 문제라 조만간 키오스크든 로봇이든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만두 가게를 운영하는 B씨도 “강남은 원래 다른 지역에 비해 인건비가 높은 편이라 주방 직원은 1만원 이상을 줬는데, 최저임금마저 1만원을 넘겨버리니 이제 구직자들의 기준이 더 높아질 거 같다”며 한탄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호소하는 것은 서울뿐만이 아니었다. 작년 10월 강원 원주에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연 이정현(28)씨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가게 홍보를 위해 알바생을 더 뽑아야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계엄, 탄핵 등 여파로 매출이 크게 줄고,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시간당 2명을 쓰던 알바생을 1명으로 줄였다”며 “대신 내가 근무시간을 늘려 하루에 11시간 일하는 식으로 이를 메꾸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통해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태우 정부 시절인 지난 1988년 도입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의 급격한 인상으로 또 다른 경제적 약자인 영세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진 않았어도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한국의 특성, 윤 정부 들어 정상화된 전기료 등과 맞물려 최저임금 1만원 돌파가 ‘카운터펀치’가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영세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 전 세계적 고물가 등으로 자영업의 업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고환율, 내수 부진, 전기료 인상 등과 더불어 최저임금 1만원 돌파가 카운터 펀치가 됐다”며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면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크게 올린 게 지금 스노우볼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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