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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잔류 시대 기업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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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HR 키워드는 ‘대잔류(Big Stay)’[스페셜리포트]


대잔류 시대 기업 대응은?

기업도 직원도 ‘밸류업’ 필요

물론 대잔류 시대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잔류 시대에 기업은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수행 업무에 숙련된 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박진우 리멤버 최고운영책임자(CSO)는 “근로자 입장에서도 과열된 경쟁에서 벗어나 익숙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속도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잔류 시대에는 인력이 순환되지 않고 정체돼 내부 구성원에게 성장 동기(Vision)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고연령·고연차 인력이 많을수록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경직된 조직 문화와 반복적인 업무 탓에 권태감이나 정체감을 느끼기 쉽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아 동기부여가 어려운 경우에는 기업 생산성이 개선되기 힘들고 상당한 비효율을 감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네모파트너즈POC 보고서는 대안으로 잔류 직원을 대상으로 ‘밸류 드리븐(Value-Driven·가치 중심)’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장인의 대잔류를 단순히 ‘젖은 낙엽’으로 볼 게 아니라 ‘가치 중심 조직 응집력 확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쉽게 말해 본인이 익숙한 곳에서 역량을 향상시키고, 전문성을 강화해 조직 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 비전을 찾아가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실천 사례엔 뭐가 있을까.

IBM 사례가 대표적이다. IBM은 미국에서 대잔류 트렌드를 감지, 디지털 혁신을 통해 단순 업무를 로봇이 처리하게 하는 대신 이 시간에 직원들은 높은 가치 업무에 집중하도록 했다. 챗봇 ‘AskHR’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통해 임직원은 간단한 인사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월차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챗봇을 통해 확인하고 신청하는 데 2~3번의 클릭이면 끝이다. 팀장은 이를 통해 다양한 팀원 인사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IBM은 성과 보상 시스템도 개선했다. 이전까지 IBM은 성과에 따른 고과 등급에 따라 급여 인상 여부를 판단했다. 대잔류 시대에는 여기에 더해 회사 전략에 부합하는 개개인의 스킬(자격증, 해당 분야 실전 경력 등)이 어느 정도인지, 또 이 능력이 여타 직원 대비 얼마나 희소한지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성과 보상 시스템을 짰다. 일명 ‘스킬 기반 보상 전략’이다.

김석집 대표는 “마치 각 국가가 전략물자·자원을 파악하고 관리하듯이 잔류인재의 잠재력과 스킬을 관리하며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바로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이들 인재가 신사업 투입 후 성과를 냈을 때를 반추해 계속해서 스킬 기반 보상 전략을 업데이트하면 자연스레 다른 직원도 회사 전략 방향에 맞는 스킬을 연마하고 자기계발을 하는 회사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근무 역량 증진을 위한 체계적 HR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회사 비전과 전략에 맞게 세분화된 과업 단위, 사업상 필요 스킬과 직원 개개인의 스킬 데이터를 HR 시스템 내에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최영미 이화여대 특임교수는 “구성원 근속연수나 연령에 따라 인력을 운영하기보다는 각 직무 가치와 역할, 책임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좋다”며 “이후 각 구성원이 맡은 직무 가치와 성과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경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과가 높은 핵심 인재가 잔류하게 하는 장치도 필수다. HR 학계에서는 이를 위해 수평적 임금 격차, 투명한 보상 체계 명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수평적 임금 격차 제도란 같은 과장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A씨는 연봉 8000만원, B씨는 6000만원 식으로 임금 격차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수평적 임금 격차와 고성과·저성과자 이직률의 관계(2021년, 천장현)’란 한양대 박사논문에 따르면 ‘수평적 임금 격차는 고성과자가 잔류하는 기반이 되고, 저성과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근무 효율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라고 돼 있다. 논문 작성자인 천장현 머서코리아 부사장은 “여기에 더해 고성과자 잔류를 위해 단기 성과만 추구하지 않고 조직에 장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RSU(성과조건부주식) 등 핵심 인재가 오랜 기간 회사에 남을 수 있는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대잔류(Big Stay) 트렌드는 글로벌 경제와 노동 시장 전반에 걸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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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호·정다운·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4호 (2025.01.22~2025.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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