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정치공항 잔혹사]②
(김포공항=뉴스1) 권현진 기자 = 민족 최대 명절 설 명절을 앞둔 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에 귀성객, 여행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 2025.1.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김포공항=뉴스1) 권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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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는 179명의 삶을 앗아갔다. 2023년 전 세계 항공기 사고 사망자(72명)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대형 참사의 큰 원인으로 무안공항의 부실한 시설 운영과 허술한 관리가 꼽힌다. 공항을 실제 수요가 아닌 정치논리를 내세워 지은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국엔 무안공항 같은 지방공항이 적지 않다. 경제보다 정치 셈법을 따라 만들어진 지방공항들은 이용객 부족으로 경영난에 빠지고, 부실 운영, 안전 우려, 이용객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방공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는 15개 공항이 운영 중이다. 중추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김포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 △청주국제공항 △무안국제공항 등 6개 지역에 거점공항이 있다. 주변 지역의 국내선 수요를 주로 처리하는 △광주공항 △울산공항 △여수공항 등 지방공항이 8곳 더 있다. △김해공항 △군산공항 등 8곳은 민간·군 겸용 공항이다.
공항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다. 바다를 매립한 해상 공항 형태인 가덕도신공항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13조7000억원, TK신공항에는 11조50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 2공항에는 6조7000억 원, 다른 공항 건설비용은 4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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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단골 공약 된 '공항사업'…전국 10개 신공항 사업 추진·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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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국토교통부는 22일 '방위각시설 등 공항시설 안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전국 15개 공항 중 절반에 해당하는 7개 공항의 방위각 시설이 둔덕형이거나 '부러지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상반기 내 둔덕을 제거하거나 성토를 통해 지하화 또는 완만한 지형이 되도록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광주공항 로컬라이저. (국토교통부 제공) 2025.1.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
정치논리에 휘둘린 지방공항 잔혹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선거철마다 정치권에서는 지역개발 사업으로 수천억 원 규모의 공항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도 경기 지역 후보들은 경기국제공항, 포천공항 추진 등을 약속했다.
지난해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 당시 사업을 주도한 국회의원의 이름을 따 '한화갑 공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실수요보다 정치 논리를 앞세워 공항을 설립한 탓에 2007년 개항 이후 이용이 없는 활주로에서 주민들이 고추를 말리는 등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연간 900만명이 넘을 거라는 이용객은 23만명 수준에 그쳤다.
'김영삼 공항'으로 불렸던 양양공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유령공항'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거점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이 법원의 회생 절차에 들어간 뒤 2023년 5월부터 영업을 중단하면서다. 연간 200만명이 넘을 거라는 이용객 수는 지난해 1만명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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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실성 없는 엉터리 수요예측…기존 공항 정상 운영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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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국토교통부는 6일자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고시를 예고했다. 이번에 고시되는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총사업비는 5조4532억원(1단계 사업 기준)으로, 주요 시설로는 활주로, 유도로, 계류장,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등이 포함된다. 국토부는 기본계획 고시에 이은 후속 절차로 기본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에 착수한다. 5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상공에서 제2공항 예정 부지를 바라본 모습. 2024.09.05. woo1223@newsis.com /사진=우장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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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리에 따라 지어진 공항사업의 현주소다. 전액 국비로 추진되는 사업 과정에서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하나같이 사업성을 부풀렸다. 백호중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지방공항 중에는 지역 필요성이나 접근성 향상보다 정치적 치적으로 추진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문제는 결국 이용률이 떨어지는 적자공항으로 전락, 안정적인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공항 운영 적자는 필요한 인력·시설 투자 부족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무안공항에는 조류 퇴치 전담 인원이 4명에 그쳤다. 조류를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와 화상탐지기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양공항은 국내 공항 중 유일하게 관제레이더가 없다. 관제레이더는 전파를 쏴서 상공에 있는 비행기의 위치·거리·종류 등을 파악하는 설비다.
현재 추진 중인 지방공항들도 정치 셈법에 크게 좌우된다.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여야 정치권에서 합의해 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했다. 지난해 총선에선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 사업이 지역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됐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도 "공항 설립에는 막대한 국비 예산이 투입되고, 공항 설립 후에도 운영과 관리에 지속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며 "새 공항을 짓는 것보다 기존 공항을 어떻게 잘 운영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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