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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반등 소식에도…계엄 사태에 ‘골든타임’ 놓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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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출생아 수가 지난해 9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파장이 잦아든 2022년 8월부터 혼인이 늘었던 효과가 시차를 두고 출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월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14% 이상 증가한 추세가 12월에도 지속될 경우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0.75명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주 출산 연령대인 1990년대생의 인구 규모 자체가 커 출생이 늘어난 측면도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분석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헌법이 정한 절차대로 정리되는 가운데 저출생 반등을 위한 논의가 정부는 물론 국회·시민 사회 각 부문에서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돌보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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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2만9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65명(14.6%) 증가했다. 이는 증가율 기준으로 2010년 11월 17.5% 이후 모든 달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출생아 수는 지난해 7월 이후 다섯 달 연속 전년 대비 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출생아 수는 22만9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출생아 수(21만3723명)를 웃돌았다. 연간 합계출산율도 9년 만에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는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당초 예상했던 0.74명을 넘어서는 0.75명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저출생 추세가 반전된 배경에는 코로나19로 혼인을 미뤘던 이들이 2022년 8월부터 결혼을 한 점이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인건수 증가율은 2022년 6월과 7월 각각 8.2%, 5.0% 줄었지만 8월 6.8% 늘어난 이후 9월(7.4%), 10월(4.1%), 11월(2.1%), 12월(0.6%), 2023년 1월(21.5%), 2월(16.6%), 3월(18.8%)까지 8개월 연속 늘었다. 결혼 후 첫째 아이 출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약 2년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2022년 하반기~2023년 상반기 진행됐던 혼인 증가세가 최근 출생아가 늘어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 출산 연령대인 30대 초중반 여성 인구 자체가 커진 점도 긍정적이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30~34세 여자인구 수는 2017년 160만9609명에서 2018년 154만3734명, 2019년 152만4574명, 2020년 150만9323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2021년 154만454명, 2022년 157만9679명, 2023년 161만3298명, 2024년 164만4334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의 자녀 세대가 본격적으로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서 주 출산 연령대 인구가 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30대 초중반 여성 인구수가 150만명대를 유지하는 시기가 곧 끝나간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31~35세 여성 인구수는 2032년까지 15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2040년대 후반까지 110만명대로 하락한 뒤 2050년대 후반에는 60만명대로 급락한다. 저출생 반전의 골든타임이 불과 7년 정도 남은 셈이다. 이 기간 저출생 대응 정책을 집중해 출산율을 끌어올려야 2040년 이후 인구추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24년 정부서울청사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 주재로 제6차 인구비상대책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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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의 저출생 정책 대응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늘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할 것”이라면서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 신설을 약속했다. 당시 4월 출생아 수가 전년 동월보다 2.8% 늘며 증가세로 반등하는 등 저출생 반전의 기미가 보이는 상황에 맞춰 총력 대응을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약속은 용두사미에 그쳤다. 인구부 출범이 미뤄지면서 예산 배정은 물론 저출생 대응 종합 계획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저출생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범국가적 총력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인구부 신설 관련 법안 통과 지연 및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시행계획 미수립 등을 이유로 2025년 예산안 중 저출생 대응 예산 규모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해 12월3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저출생, 연금개혁을 비롯한 정치·사회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저출생은 생산연령인구를 줄여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인 만큼 최근 찾아온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1월 22∼29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주요 대학 상경계열 교수 111명을 조사한 결과, 교수들은 중장기 위협 요인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41.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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