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6일 코스피 상장에 성공한 더본코리아 최근 석 달 주가 변화다. 상장 첫날에는 공모가(3만4000원) 대비 90% 가까이 치솟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한 결과다.
최근 주가 추락세는 더 두드러졌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터지면서다. 설 명절을 앞두고 백 대표가 직접 홍보한 햄 선물세트가 ‘과도한 상술’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도마에 올랐고 안전 이슈도 터져나왔다. 그동안 ‘가성비’와 ‘고객 친화’ 이미지를 쌓아왔던 백 대표인지라, 더 큰 배신감을 불러온 모습이다. 흑백요리사 공전의 흥행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터진 일이다. 단발성 논란과는 별개로 더본코리아 주가가 지지부진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랜차이즈 기업 상장은 성공할 수 없다는 이른바 ‘국내 프차 상장 잔혹사’와 관련된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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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본코리아 주가, 왜 떨어졌나
‘빽햄’ 가격 논란에 등 돌린 민심
더본코리아 주가는 2월 3일 기준 2만98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상장 당일 종가인 5만1400원에서 약 3개월 만에 70% 넘게 떨어졌다. 더본코리아가 2만원대로 장을 마친 것은 상장 후 처음이다. 상장 첫날 기록한 역대 최고가(6만4500원)와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1월 31일과 2월 3일에는 2거래일 연속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더본코리아 주가 약세 중심에는 ‘빽햄’ 논란이 있다. 최근 백 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돈 빽햄 선물세트’를 정가 대비 45% 할인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빽햄은 백 대표가 몇 년 전 선보인 캔햄 제품이다. 할인 공지 당시 백 대표는 “100% 한돈을 썼는데 가격이 정말 좋다. 나 같으면 한 10세트 사놓는다”고 적극 홍보했다. 여기 힘입어 더본코리아 온라인몰인 더본몰에서는 해당 선물세트가 품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논란이 터져나왔다. 정가를 과도하게 높게 책정해놓고, 마치 할인율이 엄청나다는 듯 포장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빽햄 선물세트는 정가 5만1900원, 할인 후 판매가는 2만8500원이었다. 문제는 할인가조차도 캔햄 점유율 1위인 스팸 제품 동일 용량 대비 7000원 가까이 비쌌다는 사실이다. 빽햄 돼지고기 함량(약 85.4%) 역시 스팸(약 91.3%)보다 낮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격화됐다. 품질도 낮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팔면서, 오히려 싸게 판다는 식으로 홍보했다는 비판이다.
논란이 커지자 백 대표가 유튜브 채널에 직접 등판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방송에서 “후발 주자인 빽햄은 생산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돼지고기 함량이 낮은 대신 부대찌개에 넣어 끓이면 맛이 더 나도록 추가 부원료(양념)를 더 많이 넣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 방송은 되레 역효과를 불렀다. 사과가 없었다는 점은 둘째. 그동안 방송인 백종원이 강조해왔던 철학과 모순되는 점이 많아서다. 백 대표는 그간 방송을 통해 “요리할 때는 돼지고기 함량이 높은 햄을 써야 맛있다” “장사를 할 때 맛은 기본이고 가격은 비싸면 안 된다”라는 말을 여러 번 해왔다. 지난해 11월 기업공개 당시 “간편식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최우선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던 발언과도 배치된다.
백 대표가 과거 실내에 고압 가스통을 두고 요리하는 영상도 최근 이슈가 됐다. 한 시민이 “백 대표가 소방당국 안전 수칙을 위반했다”며 신고를 하면서다. 문제의 영상은 지난해 5월 유튜브 채널에 올린 ‘백스비어’ 신메뉴 영상이다. 당시 백 대표는 주방에 설치된 가스통 옆에서 고온의 기름을 끓이고 닭 뼈를 넣어 튀겼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컨설팅 방송에서는 자영업자에게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꼬집더니 정작 본인은 더하다” “싸다고 해서 믿고 샀는데 배신감이 크다” 등 반응이 쏟아져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백 대표가 쌓아온 좋은 이미지 때문에 실망감이 더 큰 모습”이라며 “소비자 여론과는 별개로 앞으로 기업가치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백 대표가 생산량과 생산단가를 직접 언급한 부분은 ‘더본코리아는 한동안 가성비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사실상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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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 도화선이 된 건 이른바 ‘빽햄’ 사태다. 최근 판매한 빽햄 설 선물세트가 과도한 상술이라는 비난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더본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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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6호 (2025.02.12~2025.0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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