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도, 트럼프도 '불확실'…통화완화 속도조절 재확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이틀 동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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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시간)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한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정체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미칠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연준을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이날 금리 동결 발표 후 50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말을 다섯차례 반복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앞서 예고한대로 인플레이션을 최우선으로 통화완화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이 이날 밝힌 통화정책 결정문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연준은 "실업률이 최근 몇달 동안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됐고 노동시장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성명에 포함됐던 "인플레이션이 위원회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는 표현이 이번엔 빠졌다. 노동시장에 대해 지난해 12월 "올해 초부터 전반적으로 완화됐다"고 평가했던 것도 이번엔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문구로 수정됐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또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과 2%의 인플레이션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위험이 대체로 균형 잡혀 있다고 판단한다.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고 위원회는 이중 의무의 양측면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그래픽=최헌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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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이 안정돼 있고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시장에서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을 일찌감치 예상해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경제지표 등을 토대로 연준이 지난해 9~12월 연속으로 세차례 단행했던 금리 인하를 멈추고 한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하 개시 전 5.25∼5.50%였던 미 기준금리는 현재 4.25%∼4.50%로 1%포인트 내려온 상태다.
1월 금리 동결은 연준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가에서도 최근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연준이 금리 인하를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민자 정책이 실제 어떻게 실행되고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변수는 취임 전후로 공개 발언을 통해 잇따라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위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대화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며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많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한 적은 없다"며 "대통령이 말하는 것이 무엇이건 그에 관해 어떤 대응이나 첨언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중은 연준이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우리 일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연준은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들을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이에 골몰하면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 유지에 강한 의지를 고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인 분위기다.
대신 연준 의장이나 이사를 지명하는 것으로 통화정책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흔들기가 지속될 경우 시장에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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