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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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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공모주는 대박’ 속설 깨졌다... 미트박스·데이원컴퍼니, 처참한 성적 낸 2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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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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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 새내기주가 연초부터 주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첫 상장 기업인 미트박스글로벌이 상장 첫날인 23일 공모가보다 25% 넘게 하락한 데 이어 24일 입성한 와이즈넛, 데이원컴퍼니 등 후발 주자들의 주가도 공모가 대비 30% 넘게 떨어졌다.

이들 기업의 상장일 주가 하락은 예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평가 논란에 수요예측에서 이미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기관 반응이 미지근했는데도 공모가는 너무 비싸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27일 대체공휴일 지정에 상장이 겹치며 수급이 분산됐고, 설 연휴 장기 휴장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까지 더해졌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호 상장사로 나선 미트박스글로벌은 23일 첫 거래에서 공모가에 견줘 25% 급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관 자금이 풀리는 1월, 새해 첫 공모주는 흥행한다는 속설도 미트박스글로벌에는 통하지 않았다. 이날도 13% 넘게 빠지며 약세를 이어갔다.

미트박스글로벌에 이어 24일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에서도 폭락은 계속됐다. 이날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3곳 기업(아스테라시스, 데이원컴퍼니, 와이즈넛) 중 아스테라시스를 제외한 2곳의 주가가 폭락했다. 데이원컴퍼니 주가는 공모가 대비 40% 떨어졌다. 신규 상장기업은 상장 첫날 최대 40%까지 떨어질 수 있다.

고평가가 된 기업가치가 상장일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트박스글로벌과 데이원컴퍼니는 상장 공모절차 과정에서 이미 고평가 지적이 잇따랐다. 기업가치 산정에 매출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매출비율(PSR)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PSR은 기업 주가가 주당 매출(SPS)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SR은 매출이 곧 시장 내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초기 플랫폼이나 이익은 내지 못하지만 급격하게 성장하는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투자유치 단계에서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

그런데 미트박스글로벌과 데이원컴퍼니는 상장 공모절차 과정에서도 PSR을 그대로 가져왔다. 두 기업은 각각 PSR 3.5배(데이원컴퍼니)와 PSR 1.8배(미트박스글로벌)를 적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각 기업의 최대 기업가치는 3621억원, 1278억원이었다.

양사는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이미 부진을 겪었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849.95대 1을 기록하긴 했으나 대부분 공모가 밴드 하단보다도 낮은 가격을 써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에 확정했고, 데이원컴퍼니는 밴드 하단보다 40% 넘게 하향 조정했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0%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PSR은 단순히 매출 성장성이라는 양적 기준만을 지표로 삼는 만큼, 밸류에이션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지표가 됐다”면서 “특히 수요예측 참여 기관 그 어디도 의무보유를 확약하지 않은 곳을 누가 사겠나”라고 말했다.

와이즈넛은 PSR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하지 않아 고평가 논란을 빚었다. 지난 3∼9일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370개 기관이 참여, 참여 기관의 81%가 1만7000원 미만 가격을 써냈는데, 와이즈넛은 공모가를 1만7000원으로 확정했다.

IPO가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 창구로 전락, 고평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과거 미트박스글로벌과 데이원컴퍼니의 성장성만을 지표로 투자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상장 몸값도 부풀려져야만 하는 탓이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23년 하반기부터 반년가량 이어진 ‘공모주 불패’ 양상이 끝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공모주 옥석가리기를 시작했다”면서 “FI 자금이 많고, 고평가된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개인 투자자는 이제 없다”고 말했다.

이날 데이원컴퍼니와 와이즈넛은 상장 시기도 좋지 않았다. 이날 하루에만 3곳 새내기주의 상장이 겹쳤다. 27일이 대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데이원컴퍼니가 상장일을 앞당겼다. 통상 상장일이 겹치면 공모주 투자 수급이 분산돼 주가 상승이 쉽지 않다.

여기에 다음 주 설 연휴로 증시가 장기 휴장에 들어가는 점도 악재가 됐다. 주식 판매 대금 출금은 2영업일 후 가능한 데 미트박스글로벌이 상장한 23일 매매를 진행했다고 가정할 경우 출금은 다음 주 31일에나 가능하다. 이날 매매 대금은 2월 3일 출금된다.

업계에선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는 섹터가 아닌 신규 상장 기업이 고평가 논란까지 겪을 경우 상장일 주가 폭락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모주는 테마주로 인식돼서다. 이 때문에 공모 물량이 적으면 수급의 힘으로 주가가 뛰기도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날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아스테라시스는 데이원컴퍼니나 와이즈넛과 달리 한때 공모가 대비 100% 넘게 올랐다”면서 “미용의료기기 제조·판매 기업으로 최근 해당 산업이 이른바 뜨는 산업으로 꼽히며 수요예측부터 흥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공모주 시장에서의 단타 심화와 공모가 과열을 막기 위한 IPO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기관 투자자 배정 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최소 15일)한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확약 최대 가점 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

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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