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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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잇따라 ‘류희림 체제’에 반기를 들며 진통을 겪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류희림 위원장과 사무처 직원 사이에 대치가 벌어졌다. 편파심의 논란 등으로 방심위 예산 삭감 원인이 된 류 위원장이 연봉을 깎아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며 직원들이 위원장실 앞 농성에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류 위원장은 경찰을 불러 자리를 빠져나갔다.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방심위지부 설명을 들어보면, 방심위 사무처 직원 70∼80여명은 이날 아침 10시께부터 방송회관 19층 위원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약 네시간 동안 류 위원장과 대치했다. 국회에서 ‘류희림 방심위’의 정치심의 논란을 빌미로 경상비 등 예산을 대폭 삭감한 뒤, 위원장 연봉을 깎아 책임지라는 노조의 요구에 류 위원장이 응하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류 위원장 연봉은 국무총리급인 1억9538만원으로, 수당을 합치면 2억2천만원에 이른다. 노조가 요구한 연봉 삭감 규모는 약 30%다.
류 위원장은 이날 방심위노조 지부장, 사무처장과 만나 ‘30%안’은 받을 수 없고 본인 ‘연봉 10%를 반납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오께 사무실을 나서려던 류 위원장은 복도를 점거한 직원들이 설명을 요구하며 항의하자 다시 위원장실로 돌아갔다. 이후 류 위원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양천경찰서 경찰관들 중재로 오후 2시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직원들은 류 위원장을 향해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약 37억원이 줄어든 방심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위원장과 상임위원, 사무총장 등 4명의 임금을 2억4천만원가량 삭감해 직원의 처우 개선에 쓰라고 ‘부대의견’을 달았으나, 이 내용은 본회의에서 통과되진 않았다. 류 위원장이 자진 반납하겠다고 제안한 연봉의 10%는 2천만원 수준으로 국회가 요구한 삭감 규모에 한참 못 미친다.
류 위원장은 국회 부대의견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으나, 방심위 예산을 관리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지난 6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동주 방통위 방송기반국장은 “본회의에서 의결되지 않았지만 과방위에서 논의된 부대의견도 존중해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을 고려해 예산을 올리라고 방심위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현재 사무처 실·국장 7명을 포함해 팀장 이상 보직자의 80%가 넘는 33명이 보직을 내려놓은 상황이다. 주요 간부 보직 사퇴 여파로 방심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 등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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