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심판의 딜레마’ 논문, 헌법학자 이황희 성균관대 교수
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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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의 ‘내란죄 철회’ 문제에 대해 헌법연구관 출신 이황희(48)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엇을 심리 대상으로 삼을지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이지만, 원칙적으로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힌 대로 형법상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9일 본지와 만난 이 교수는 “탄핵심판은 신속히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부가 내란죄가 아닌 헌법 위반만 판단할 수 있다”며 “신속성이 강조될수록 결정의 정당성을 위해 윤 대통령의 방어권도 충실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에서 근무하며 TF(태스크포스)에 참여했다. 당시 느꼈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21년 ‘대통령 탄핵심판 제도상의 딜레마’라는 논문을 썼다. 논문에서 이 교수는 “헌재가 탄핵소추 사유 일부에 대해 판단을 회피한다면, 결정의 정당성이 약화되는 일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속한 선고가 더 중요하다면 (심리가 오래 걸리는) 형법 위반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예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다.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빼는 문제가 논란이다.
“헌재는 탄핵소추서에 적힌 대로 내란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회 측이 재판에서 탄핵 사유를 바꾸겠다는 건 가능한 소송 행위지만, 소추서는 의원 200명 이상이 동의해 의결한 문서다. 탄핵 사유로 내란죄가 명시됐으니 헌재가 그 취지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신속한 심리 등이 필요한 경우는 예외일 수 있다. 헌재가 소추서에 구속되지는 않는다.”
-헌재는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헌재는 그동안 대통령 탄핵심판의 심리 대상과 사유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전적으로 재판부 고유 권한이라고 밝혀왔다.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로 인한 불안정과 혼란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내란죄는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형법 위반을 따지려면 심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본다면 내란죄는 심리에서 생략할 것이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오는 4월 퇴임하는 점도 변수다.”
-윤 대통령 측은 ‘빨리 탄핵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반발한다.
“국가 비상사태인 대통령의 직무 정지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탄핵심판은 기본적으로 신속하게 재판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고한 탄핵이라면 빨리 기각해서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해야 하고, 반대로 탄핵 사유가 있다면 파면해서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 다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방어권은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 주 2~3회씩 집중 심리를 해서 윤 대통령 측이 요구하는 핵심 증인은 심판정에 불러 따져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속도전만 강조하다가는 최종 결정의 정당성이 약해지고, 한국 사회에 후유증이 크게 남을 것이다.”
-탄핵 심판이 정쟁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양측 모두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 건 자제하고 헌재 판단에 따라야 한다. 가령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수사 기록을 확보하는 과정이나 송달 문제 등을 일일이 문제 삼으며 ‘나쁜 재판’을 하는 것처럼 정쟁화하고 있다. ‘재판관이 내란죄 철회를 권유했다’는 식의 의혹 제기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탄핵심판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다. 헌재가 법대로 신속하게 심리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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