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의 전문가 숙의 과정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2년마다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모든 에너지 수급의 기초가 되는 국가 에너지 최상위 계획이다. 11차 계획은 오는 2038년까지의 전력 수요를 예측해서 발전소 건설안을 짜고 지난해 5월 실무안을 발표해서 9월 공청회까지 마쳤다. 국회 보고와 산업부 산하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작년 말까지 확정지어야 했지만 민주당이 신규 원전 건설 등을 문제 삼아 국회 보고 일정을 잡지 않는 방식으로 정부를 압박해 안건 상정조차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원전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자 산업부는 1.4GW급 대형 원전 1기를 건설하지 않고 대신 2038년까지 태양광 발전량을 확대하겠다고 수정했다. 원전 건설엔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야당이 발목을 잡아 일정이 계속 지연된다면 나머지 신규 원전 계획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고육지책으로 원전 1기 축소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마저 민주당이 계속 어깃장을 놓는다면 확정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을 강행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전 산업 경쟁력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탈원전 정책에 주력했던 주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인공지능 시대가 펼쳐져 전기 수요가 폭증하자 오히려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 재개로 각국이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세계 흐름에 역행하면서 실패한 탈원전에만 매달리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 시대에 원전 없이 어떻게 질 좋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건가. 문재인 정권이 끝난 지 3년이 돼가는데 아직도 나라가 탈원전 망령에 붙들려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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