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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박종준 빠져도, 경호처 ‘김건희 라인’ 건재…“저항 명분 삼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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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로 입건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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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경찰에 자진 출석하며 경호처가 구축한 ‘체포영장 저지선’에 균열이 생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경호처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 중심으로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이어갈 방침으로 전해진다.



박 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하면서 “경찰 소환 조사에는 처음부터 응하기로 마음 먹었고, 다만 변호인단 준비가 늦어져서 오늘 응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박 처장은 경찰이 3차 출석 요구 시한으로 삼은 이날 오전 10시에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은 박 처장이 이날도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박 처장은 경찰 출석에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 권한대행은 이를 수리했다.



경호처는 이날 박 처장의 경찰 출석 사실만 언론에 알리고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 쪽과 경호처는 박 처장이 경찰에 출석해도 김 차장 중심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저지선을 유지하는 데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공보를 담당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경호처장이 경호구역 밖에 있으므로 경호처장이 조사를 마치고 복귀할 때까지 규정에 따라 경호처 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고 알렸다.



긴급체포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박 처장이 경찰에 자진 출석한 것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 시 현장에서 경호 대상이 아닌 자신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자진 출석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과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박 처장은 이날 출석하면서 “저는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윤 대통령의)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 절차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도 “경찰의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소환조사 목적은 경호처 지휘부를 붕괴시켜 불법적으로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이 부재하더라도 야당이 ‘김건희·김용현(전 경호처장) 라인’으로 지목한 김성훈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앞장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은 박 처장과 마찬가지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는데, 이 본부장은 이날이 시한인 경찰의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지난 8일까지인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한 김 차장은 11일 오전 10시를 시한으로 3차 출석 요구를 받은 상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박종준 처장이 출석한 것을 두고 ‘투항이다, 와해다’라고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오히려 출석했다는 명분을 세우면서 저항의 벽을 유지하고자 하는 취지도 있다고 본다. 특히 경호처에 ‘김건희 라인’이라는 중간 간부들이 건재하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 역시 “경호처 내부가 일부 흔들려도 수뇌부가 1차 체포영장 집행 때 처럼 극렬하게 저항할 수도 있어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한겨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2차 집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0일 아침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들머리에서 차량과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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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 처장이 자진 출석한 것 자체가 현재 고립된 경호처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경찰청 비상계엄특별수사단(특수단)은 1000여명의 인력을 윤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동원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비와 경호를 담당하는 군·경찰은 이미 경호처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면 오로지 경호처만 경찰을 상대해야 한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동원할 수 있는 경호처 인력은 최대 700여명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동원 가능한 인력은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단 생각으로 그동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여러 차례 전화 드려서 정부기관 간 중재를 건의 드렸다. 대통령 변호인단에도 제3의 대안을 요청한 바 있다”고 했는데 경호처 역시 경찰과의 충돌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저에 근무하는 경호처 직원들의 동요도 흘러나온다.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관저 근무 경호처 직원이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라며 “대다수 직원들은 명령이라 마지못해 여기 있다. 그냥 열어 줄 수 없으니까 서 있는 정도”라며 “지휘부와 김용현-김건희 라인만 살아있고, 일반 직원들은 동요가 크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야당에선 경호처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며 2차 체포영장 집행은 1차에 견줘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오는 17일 경호처를 대상으로 ‘원 포인트’ 현안질의를 열기로 하고 경호처장과 차장뿐 아니라 부장급까지 포함한 인원 20명 출석을 요구하자 내부의 동요는 더 커졌다고 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경호처 직원들은 이러다가 본인 일자리까지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어제와 오늘 경호처 내부에서 ‘이렇게 무력을 동원해선 안 된다. 하여튼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논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강제로 끌려 나오지 않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경호처와 수사기관 간에 막판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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