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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미국 이어 인도 홀렸다…‘울트라사이클’ 기대 [CEO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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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호황 이끄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슈퍼사이클을 맞은 K조선업에 호재가 쏟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SOS’를 보낸 데다 최근에는 인도 정부 주요 인사들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찾으면서 K조선 몸값이 치솟았다. 덕분에 세계 1위 조선사 HD현대중공업을 이끄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43) 경영권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매경이코노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1982년생/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MBA/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현대중공업 재무팀 상무/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HD현대 부회장/ 2024년 11월 HD현대 수석부회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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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 인사, HD현중 방문

“상선 1000척 확보 파트너 필요”

2024년 12월 3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아침부터 분주해졌다.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알 락슈마난 차관보, 인도 최대 국영 조선사 코친조선소의 마두 나이르 CEO, 인도 최대 국영 선사 인도해운공사(SCI)의 비네시 쿠마르 티아기 CEO 등 인도 조선업 대표단이 울산조선소를 방문한 덕분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찾은 것은 2015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 방한 이후 10여년 만이다. 이들은 울산조선소 도크(Dock·건조된 선박을 바다에 띄울 수 있게 하는 시설)와 육상 야드에서 대형 선박을 연간 최대 50여척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 운영 체계, 친환경 선박 기술 관련 설명을 들었다.

이들이 갑작스레 한국 조선소를 찾은 이유는 뭘까. 신규 상선 1000척 확보를 위한 조선업 육성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다. 인도는 화물 운반용 컨테이너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 운반선, 자동차 운반선 등 다양한 종류의 선박 확충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인도는 세계 조선 시장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친다. 이를 두고 본 인도 정부는 조선업 역량을 2030년 세계 10위, 2047년 세계 5위까지 키우겠다는 야심 찬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 인프라,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에 SOS를 보낸 셈이다.

이뿐 아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 조선업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최근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까지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미국 내 선박 건조를 장려하고, 조선업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이 담겼다. 중국 선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도 포함됐다.

조선업이 쇠퇴한 미국으로서는 당장 중국의 해군 군비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함정 MRO 사업 강화가 절실하다. MRO는 함정과 지원 선박의 유지, 보수, 정밀검사를 의미한다. 조선업계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MRO를 맡기고 미국 내에서 함정을 건조해 해군력을 증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MSRA는 미 함정 유지, 보수, 정비를 위한 미국 정부와 조선업체 간의 협약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향후 5년간 미국 해상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뿐 아니라 미 해군이 운용하는 전투함 MRO 등 다양한 함정 정비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됐다.

K조선업이 슈퍼사이클을 맞으면서 수주도 급증하는 분위기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일찌감치 연초 세운 수주 목표치를 채웠다. 2024년 한 해 205억6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35억달러)의 152%를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뚜렷한 증가세다. HD한국조선해양의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350억원으로 전년 동기(1211억원) 대비 무려 672% 증가했다. 연간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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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서 HD 경쟁력 두각

친환경 선박 수주 급증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 목표치를 빠르게 채운 것은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친환경 선박 수주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선박은 화물창 등 탄탄한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수익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손꼽힌다. 조선업계 수익성 지표인 신조선가지수가 연일 우상향곡선을 그린 점도 호재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1월 신조선가지수는 189.18로 4년 전인 2020년 11월(125.06) 대비 64포인트 늘었다.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 9월(191.6) 돌파도 머지않았다.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세계 선박 건조 가격을 평균 100으로 놓고 지수화한 지표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나들면서 국내 주요 기업마다 환율 쇼크에 시달리지만 조선업계는 예외다. 선박 건조 비용은 달러로 받는 만큼 달러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으로 실적 개선 효과가 생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중공업은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암모니아 운반선 등 신규 선종을 선제적으로 수주하면서 신조선가 상승을 주도해왔다. 후판 가격이 안정돼 원가 부담을 줄인 데다 임금 협상 마무리로 파업 리스크도 해소돼 향후 실적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덕분에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아온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도 연일 웃음꽃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쳤고 크레디트스위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복귀한 후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15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상무로 승진했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등을 역임했다. 지주사인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등 핵심 기업 대표이사를 꿰차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뚜렷한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인사에서 HD현대 수석부회장으로 올라섰다.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 지분 26.6%를 보유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6.12%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당선인에 이어 인도 정부까지 HD현대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HD현대의 조선업 슈퍼사이클은 202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조선부문 실적이 날개를 달면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올라서면서 명실상부한 HD현대 총수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다”도 귀띔했다.

물론 안심할 때는 아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이 점차 경쟁력을 높이는 만큼 미국, 인도 러브콜 효과가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11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1092만CGT(248척)를 수주해 중국(4177만CGT, 1518척)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수주 비율에서 중국이 69%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지만 우리나라는 18%에 불과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조선사들이 과거 일본이 수주하던 중형선 시장을 잠식한 데다 대형선까지 영업력을 확대하는 등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며 “한국은 일부 선종에 수주가 집중되는 데다 인력난으로 생산 시스템 안정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한국이 중국 조선사 점유율을 넘어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악재를 딛고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넘어 ‘울트라사이클’을 견인할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2호 (2025.01.08~2025.0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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