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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8년 허송세월에 또 쌈박질…구멍 숭숭 헌재법 예고된 혼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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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공석·내란죄 판단 논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판박이

헌재법 개정안 19개 임기만료 폐기

헤럴드경제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앞을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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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적 질서를 판단하는 최후의 보루 헌법재판소가 흔들리고 있다. 탄핵 심판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의 직을 해임하는 절차인 만큼 치열한 공방은 피할 수 없지만, 앞선 2차례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지적된 절차적 허점을 미리 보강하지 못해 작금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법 개정안 ‘19건’ 모두 폐기=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2017년 한 해에만 헌법재판소재법 개정안이 19건 발의됐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진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법안들이었다. 하지만 단 1개도 개정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 대부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판박이’다. 대표적인 것이 헌법재판관 임명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중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면서 헌재는 ‘8인 체제’에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정미 헌법재판관 퇴임 3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논란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지난해 10월 3인의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면서 ‘6인 체제’가 된 것이다. 헌재법에 따르면 헌재의 심리정족수는 7명이다. 헌재가 임시방편으로 해당 조항의 효력을 일시정지 시키고 심리를 이어왔지만, 탄핵 심판이 시작되면서 6인 체제에서 결정까지 내릴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관 공석 문제는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업무를 이어갈 수 있게 하거나 예비재판관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해외 사례도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7년 발의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19개 중 4개가 헌법재판관 공석 방지를 위한 법안이었다.

▶내란죄 판단 두고 논란…증거조사 진통 예상=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내란죄’ 등 형사법 혐의 유·무죄 판단도 탄핵 소추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소추안에 ‘내란죄’가 여러 차례 언급된 만큼 헌재가 내란죄 판단을 하지 않으려면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헌재는 탄핵 소추안에 담긴 사실관계에 어떤 헌법·법률 위반을 적용해 판단할 지는 ‘헌재의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두 차례 탄핵 심판 결정문에 명시한 내용이지만 역시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형사법상 내란죄 위반 판단 권한은 헌재에게 있고 이를 당사자들이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14일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기일에서는 증거조사 절차를 두고 혼선이 빚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수사기록을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법 제32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헌재가 국가기관 등에 사실 조회나 기록 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국회 측의 요청에 따라 검찰과 경찰, 군검찰 등에 인증등본송부촉탁을 요구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 심판 규칙 등을 근거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탄핵 심판 절차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한 박성태 변호사(헌법학 박사)는 “수사기록 증거 채택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며 “(헌재의)인증등본송부촉탁에 대한 국가기관의 이행 의무나 제재를 마련해 헌법적 원리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헌재가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하더라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당사자들을 법정으로 불러 일일이 신문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탄핵 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이 근거다. 형소법에 따르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당사자가 법정에서 이를 부인할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박성태 변호사는 “증인신문을 할 때 자백보강법칙, 전문법칙과 같은 부분은 헌법 재판의 성격에 따라 증거를 판단하면 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탄핵 심판의 성격을 고려해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준용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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