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0 (금)

[헤럴드광장]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하려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최근 기존 반도체 인력들이 미국과 중국 등의 경쟁업체로 많이 이직하고 있다는 연속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비단 반도체 회사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관련 회사가 오랜 기간 연구하여 독자적 기술을 구축하였는데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임직원이 경쟁업체로 전직하거나, 전직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회사가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 법원에 전직금지를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약 해당 직원이 관련 기술을 경쟁업체로 유출할 경우, 그에 대한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경쟁업체는 동종 경쟁분야에서 회사와 동등한 사업능력을 갖추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유출된 회사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통상 기술유출에 민감한 회사는 임직원과 재직 중 혹은 퇴직 즈음 전직 등금지약정 내지 서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해당 임직원이 약정서에 직접 서명, 날인까지 하였으니 회사는 해당 약정이 유효하다고 생각하여 당연히 전직금지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느냐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법원은 기본적으로 전직금지약정에 대해서,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호할 가치 있는 근로자의 이익(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당해 근로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포함),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원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이 인정되기 위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나열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직금지 기간에 상당하는 반대급부 즉 금전을 지급하였는지이다. 근로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업선택, 수행 및 이에 따른 급여취득이 중요한데, 회사가 아무런 반대급부도 제공하지 않고 무작정 전직금지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기본적으로 법원의 태도는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측면에서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인정하되, 관련 회사가 영위하는 업종이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이고, 전직금지약정상 전직금지기간이 합리적 기간 내이고, 전직금지의 경쟁업체가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대가제공(통상적으로 퇴직 직전의 연봉 정도의 금액)이 퇴직 당시 상대방에게 제공되거나 퇴직 당시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에 대한 보수지급 약정이 전직금지약정을 하지 아니한 경우의 통상적인 보수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점이 있어 거기에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특별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전직금지약정을 유효로 보고 있다.

따라서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회사일 경우 단순히 재직 내지 퇴직 시 전직금지조항의 일반적 내용만을 담을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법적 자문을 받아 근로자와의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하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이성우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