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직후 일주일간 현장서 숙식 해결
수습 과정서 ‘유족’ 최우선으로 고려해
유족 요청 따라 사조위 인적구성 재정비
“사고 수습 후 적절한 시기에 사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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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공직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 가운데 현장을 지키며 사고 수습을 총괄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태도가 재조명되고 있다. 매일 두 차례 유가족을 만나온 박 장관은 현장 수습이 마무리되자, 유가족의 요청을 받아들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내 국토부 관계자의 업무 배제를 지시했다. 또 참사 수습이 마무리된 후 적절한 시기에 장관직에서 물러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8일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장관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무안공항에 도착해 사망자 179명의 시신이 인도된 이달 5일까지 무안공항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사고수습 업무를 수행했다. 아울러 부처 업무에 복귀한 지난 6일에도 정부세종청사에서 실·국장회의를 주재한 후 오후 무안공항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기간동안 공항 사무실 의자와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잔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무안공항 관리동에 차려진 통합지원센터 사무실에서 참사 첫날부터 사흘간은 의자에서 쪽잠을 자며 보냈고, 나머지 닷새간도 간이 침대에서 자는 등 숙소를 잡지 않고 공항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현장에서도 유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해진다. 문인기 전라남도 건설교통국장은 “박 장관이 아침마다 7시 30분 전에 수사본부나 항공조사위원회, 부산항공청 등의 보고를 다 들은 뒤 내부회의에서 ‘이렇게 발표하면 유족들께서 속상하게 여기실지 모르니 조정해라’고 지시했다”며 “이후 유족 대표들을 만나 또 상의하고 내용을 다듬어 비로소 8시 30분에 발표했다”고 했다.
정기섭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장도 “유족들과 큰 언성이나 마찰이 없었다”며 “현재 탄핵 정국으로 매우 어수선한데 박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이번 사고수습을 안정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유족들은 지난 5일 정부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박한신 유가족 대표는 “국토부, 경찰, 소방, 보건 등 모든 분들이 일주일간 집에도 못 가고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이분들이 저희를 이렇게 도와주셔서 사고수습을 빨리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을 대표해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또 유족을 중심으로 참사 책임이 있는 국토부 전현직 관계자들이 사조위에 참여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커지자 7일 사조위 상임위원인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을 업무 배제시켰다. 국토부 출신인 장만희 위원장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궁금해하시는 사고 원인 조사는 투명성과 객관성을 최우선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조사의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을 확보하고 사조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위원회 조직·인적 구성 개편방안을 포함한 관련 법률 개정과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조위 인적구성 재정비와 더불어 장관 본인 또한 사고수습이 마무리되면 직을 내려놓겠다고 시사했다. 박 장관은 참사 당일에도 “조사 결과에 따른 책임이 국토부에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항공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이번 참사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책임있는 당국자로서 적절한 처신을 할 생각이며 적절한 방법과 시기를 상의 중에 있다”고 했다.
‘적절한 처신’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이번 사고가 났으니 주무장관이 사표를 쓰고 책임을 지는 게 맞다”며 “그러나 (당장) 그만두고 나온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서 사태 수습 시기와 정치적 상황 이런 걸 봐서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매우 참담한 심정을 느끼며,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불의의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 그리고 큰 슬픔을 함께하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와 위로의 말씀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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