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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사설] 삼성전자 ‘어닝 쇼크’, 본원적 기술 경쟁력 회복이 반등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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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이라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돈 수치다. 전년 대비 실적은 개선됐지만, 반도체 사업 부진과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두 가지 숙제를 안은 결과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여전히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주력인 범용 메모리 부문도 중국의 저가 공세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4분기 매출은 7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5%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130.5%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 77조4035억원, 영업이익 7조9705억원이었던 시장 예상치와 차이가 크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18%, 영업이익은 29.19%나 줄었다. 부문별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반도체가 중심인 DS부문에서 작년 3분기(3조8600억원)보다 1조원(약 30%) 가량 매출이 줄었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반도체 부진이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이유라는 얘기다. 주된 원인은 D램 범용제품의 가격하락이다. 중국이 한국산보다 30% 이상 싸게 내놓으면서 가격이 35.7%나 급락했다. 범용 D램 비중이 80~90%에 달하는 삼성으로선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반도체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D램 가격이 평균 8~13%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HBM과 파운드리,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에서 ‘큰손’ 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부담이다. 삼성은 올 2분기께 HBM3E 설계 변경을 통해 엔비디아의 문을 다시 두드릴 계획이지만 테스트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8일(현지시간) CES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은 설계를 새로 해야 한다”고 했다. 성공을 확신한다고는 했지만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설계 자체를 지적한 것이다. HBM을 제일 먼저 엔비디아에 공급하고도 AI(인공지능)기술을 선도하는데 실패해 지금은 설계 문제를 지적받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AI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게 삼성으로선 뼈아플 수 밖에 없다. 지금 모든 산업은 AI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글로벌 선두의 순위가 한순간에 뒤바뀐다. HBM3E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무엇보다 메모리 부문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 생존의 관건이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첨단 공정 개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조직혁신은 필수다. 작년 3분기에는 전영현 부회장이 반도체 부문의 시장 기대 이하 실적에 사과까지 했는데 시장 상황은 악화일로다. 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자세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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