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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2017년 윤석열 특검팀 막았던 경호처…이번엔 ‘폐지’ 정답 찾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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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대통령 경호처 인원들이 철문 앞을 차량으로 막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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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실 폐지가 지금은 이르다는 판단입니다.”



2017년 7월17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에 나온 심보균 당시 행정자치부 차관의 발언입니다. 심 차관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경호실 폐지 대신 장관급인 경호실을 차관급인 경호처로 낮추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유민봉 새누리당 의원은 “장관급 경호실을 차관급 경호처로 바꾸려면 거기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심 차관은 “남북 대치 등 경호환경의 특수성이나 경호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경호실을 장관급에서 차관급 정도로 낮춰서 유연하고 덜 권위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답합니다. 행자부 안은 사흘 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경호실은 현재의 경호처로 바뀌었습니다. ‘경호실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우선순위 공약이 아니었던 까닭에 경호실이 경호처로 격하되는 정도로 마무리됐다고 합니다.



2016년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경호실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습니다. 경호실은 국정농단에 관여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2017년 2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팀장이던 국정농단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막아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경호처가 수사기관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는 모습이 지난 3일 전국에 생중계됐습니다. 2017년의 압수수색 저지가 경호실 일부의 일탈이었다면 이번엔 경호처의 ‘조직 범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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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을 태운 차량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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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경호처가 내란 사병을 자처했다”(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고 비판합니다. ‘김용현 전 경호처장 라인’과 ‘김건희 라인’이 경호처 수뇌부를 장악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김건희, 김용현 라인인) 김성훈 경호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그 밑에 부장급으로 김신 가족부장 등등이 있다”며 “이들이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앞장서서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독려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하러 온 경찰을 도리어 체포하기 위해 결박용 케이블타이 400개를 준비하고, 경호처장 승인 없이 총기 불출을 시도했다는 경호처 직원의 내부 제보까지 윤 의원은 전했습니다.



야당의 대응은 경호처 폐지 법안 발의였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6일 경호처를 폐지하고 경찰청이 경호업무를 맡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고,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황명선 민주당 의원 역시 7일 경호처를 폐지하고 경찰청 산하에 대통령경호국을 만드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냈습니다. 모두 2017년 법안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이들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대통령 경호처를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로 규정합니다. 원래 대통령 경호는 경찰이 맡아왔는데, 1963년 박정희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청와대 경호실을 창설해 대통령 직속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후 경호조직은 ‘대통령 친위기구’ 구실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내란 사병’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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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던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던 공수처 수사관들이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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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으로 불리는 해외 여러 나라들이 국가원수 경호업무를 대통령실 직속으로 두고 있지 않다는 점도 경호처 폐지론의 근거입니다. 신장식 의원실이 국회도서관으로부터 회신받은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의 국가원수 경호제도 자료를 보면, 영국의 국왕과 총리 등에 대한 경호는 런던 수도경찰청 산하 요인경호본부에서 맡고 있습니다. 독일의 국가수반 및 행정수반 경호전담기구는 독일의 연방 사법경찰기관인 연방범죄수사청입니다. 일본 총리에겐 도쿄 경시청(지방경찰본부) 경호과 소속의 시큐리티 폴리스가 전속으로 배속됩니다. 미국 대통령을 경호하는 미국 비밀경호국은 경찰 소속은 아니지만 백악관 직속이 아닌 연방 국토안보부 소속입니다.



물론 조직을 없애는 게 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상 처음 시도된 현직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경호처가 법원 영장을 무시하고 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책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경호처의 민주적 통제 방안을 논의하지 않고 경찰로 경호업무를 넘긴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소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경호업무를 경찰로 이관하는 것이므로 경찰의 통제방안도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2017년 경호실 폐지 법안을 논의했던 안행위 법안소위원장이었던 경찰 출신 권은희 전 의원은 “경호처 폐지는 단순히 경호처라는 기관 문제가 아니라 경찰과 관련한 법체계 전반의 문제”라며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경찰의 대외적·대내적 민주적 통제방안 확보 등이 전반적으로 같이 논의돼야 한다. 2017년 당시에도,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경찰은 오랜 세월 동안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부분 때문에 국민 불신의 대상이었다. 경호업무가 경찰로 오면, 외부적으로는 경찰청장이 전체 경찰을 지휘하는 형태로 보이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치권력과 가까운) 대통령 경호업무 담당 최고책임자가 경찰 전체를 좌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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