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학 AI·법률 AI… 사전 학습이 초중고라면 사후 학습은 대학 전공 과정
키오스크·카톡 방식 등 노인도 쉽게 쓸 수 있도록 AI 사용자 편의성 높여야
비용 감소·매출 증대 등 사용할 때 정량적 효과 측정… 올해를 전환 원년으로
그래픽=김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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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혼란이 가득했던 2024년이 저물고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2025년은 생성형 AI가 일상생활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만드는 원년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올해 AI 대전환 성공 여부에 따라 우리는 글로벌 AI G3 국가에 가까워질 수도, 반대로 20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이러한 중요한 2025년 시작을 맞이하여 성공적인 AI 대전환 원년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고려해야 할 3개의 키워드를 살펴보자.
첫째는 사후 학습이다. 오픈AI의 전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가 작년 12월 최고 AI학회인 NeurIPS의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이제는 사후 학습의 시대라고 강조할 정도로 중요한 개념이다. 생성형 AI의 학습은 크게 사전 학습과 사후 학습으로 나뉜다. 사람에 비유하면 초중고 과정은 사전 학습에 해당하고 사후 학습은 대학에서 전공을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생성형 AI는 수조 번이 넘는 “단어 가리고 가린 단어를 맞히기” 과정을 반복하는 사전 학습을 통해 언어 이해와 글쓰기 능력을 익힌다. 사후 학습은 사전 학습된 AI를 전문 지식으로 특화된 AI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과학 데이터를 많이 학습하면 과학 전문가 AI, 법률 데이터를 학습하면 법률 특화 AI가 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생물학 특화 AI 학습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질문, 추론 단계, 정답으로 구성된 사후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다.
“질문: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소화되는가?”
“추론 단계: 1) 구강에서 음식물을 물리적으로 분쇄, 2) 위에서 펩신이 단백질을 폴리펩타이드로 분해, 3) 소장에서 더 작은 펩타이드로 분해, 4) 최종적으로 아미노산으로 분해 및 소장에서 흡수.”
“정답: 단백질은 구강에서 물리적으로 분쇄된 후, 위의 펩신과 소장의 소화 효소들에 의해 분해되어 최종적으로 아미노산 상태로 소장에 흡수”가 그 예이다.
오픈AI의 챗GPT-o1이 박사 학위 소지자 수준의 수학, 과학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수학, 과학 분야 박사들이 직접 만든 전문 지식 데이터를 사후 학습한 덕분이다. 사후 학습이 중요한 이유는 생성형 AI가 그 기업 내부의 업무 특성이나 산업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해당 기업 특화 AI로서 직원들이 보고서 작성이나 업무 자동화 등의 도구로 활용할 때 정확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먼저 AI를 적용할 업무에 대한 지식이나 절차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양질의 사후 학습 데이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김현국 |
둘째는 사용 편의성이다. AI 서비스도 얼마나 사용하기 편한가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많이 설치된 키오스크를 떠올려보자. 터치스크린으로 선택하고 화면이 단계별로 전환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이러한 사용자 경험(UX)에 친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활용이 매우 불편하다. 만약 키오스크가 고객이 말로 주문하면 정확히 알아듣고, 음성으로 설명하며 제품의 사진을 보여주는 등 매장 직원의 도움 받을 때와 유사한 UX를 제공한다면 누구나 훨씬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다수 어르신들은 PC 인터넷으로 챗GPT를 활용하는 것을 어려워한 반면 국내 한 스타트업이 만든 카카오톡에 챗GPT가 연동된 아숙업(AskUp)을 훨씬 더 많이 사용했다. 카카오톡 사용법과 거의 동일했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구글에서 개발한 노트북 LM이 있다. 구글의 생성형 AI인 제미나이를 활용하여 사용자가 문서를 업로드하면 문서의 내용을 분석한 후 주요 내용을 두 사람 간의 음성 대화 형태로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이다. 이제 누구나 기술 보고서를 직접 읽지 않고도 음성 대화를 들으면서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요약된 자료도 편하게 볼 수 있어 챗GPT보다 편하다.
AI가 똑똑해도 사용자가 불편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누구나 친숙한 방법으로 쉽게 AI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음성, 영상, 글, 터치 등 멀티모달 AI 기술 활용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AI 효과 측정 체계이다. 앞서 언급한 사후 학습과 사용편의성은 AI 도입 효과를 증가시키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그런데 AI 활용을 통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량적 효과 측정 체계가 있어야 한다.
작년 11월 한 글로벌 벤처캐피털이 발표한 생성형 AI 활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가장 많이 활용한 5개 업무가 코드 생성, 고객 챗봇, 기업 자료 검색, 데이터 추출 및 분석, 회의록 요약이다. 이 활용 사례들의 공통점은 과업 소요 시간 감소와 같은 생산성 향상 효과가 검증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효과 측정 가능 여부”와 “기업 내부 적용 가능성”을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 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하고 있다. AI 도입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므로 직간접적 비용 감소나 매출 증대 등 측정 가능한 정량적 효과 분석과 예측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동일한 업무를 할 때 완료 시간 감소 정도, 기업 프로젝트에서 AI 활용 여부에 따른 투입 인원 및 기간, AI 활용에 따른 직원들의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 비율 변화 등이 측정 가능한 효과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기업마다 중요 평가 지표가 다르기 때문에 기업에 맞는 지표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가 검증되면 더 큰 투자도 가능하다.
사후 학습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 특화 생성형 AI를 확보한 후 고객과 직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 제품과 도구를 제공하고 정확한 정량적 AI 효과 평가 체계를 구축하면 2025년을 성공적인 AI 대전환 시대의 원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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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과실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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