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일본제철 본사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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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철강기업 일본제철의 하시모토 에이지 회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든 대통령의 위법한 정치적 개입에 의해, 심사 과정이 적법하게 실시되지 못한채 (불허) 명령이 내려졌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이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제철은 앞선 6일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의 사업 실행을 절대 포기하는 일은 없다. (US스틸 인수는) 미국의 국가안보 강화에 기여하는 일이다”라며 “포기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도 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불허 명령에도 불구하고, US스틸 인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승소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설령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수의 실익은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본제철은 6일 US스틸의 인수 불허와 관련해, 2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전미철강노조의 데이비드 맥콜 회장에게도 동시에 민사소송을 걸었다. 미국 대통령 교체 시기에 다른 기회를 모색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신문의 보도를 종합하면 소송의 요지는 이렇다.
우선 미국 정부의 결정과 관련,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바이든 대통령, 옐런 재무장관(미국 CFIUS 의장), 메릭 갈랜드 법무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요지는 적법한 절차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워싱턴 연방 항소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CFIUS 심사 및 바이든 대통령의 명령을 무효화하고, CFIUS에 적법한 절차와 법적 의무를 충족하는 새로운 심사를 명령해줄 것을 요청했다.
근거 중 하나는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에 재선을 목표로 전미철강노동조합(USW) 집행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CFIUS가 공식적인 심사를 시작하기도 전인 2024년 3월 인수 저지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대목이다. 이후CFIUS는 8월에 일본제철 등에 서한을 발송해 처음으로 인수와 관련된 국가안보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서한 내용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시됐는데, 모두 USW 집행부의 주장과 동일한 내용이란 것이다. 통상 CFIUS는 3일의 답변 기간을 주는 규정을 따르는데 이때는 하루만에 답변을 요구했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9월 이후 CFIUS가 표명한 ‘국가 안보상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의 입장을 3회 제출했으나, CFIUS는 초안을 수령하고도 한 번도 서면으로 의견을 제공하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수 판단의 최종 결정을 넘겼다.
2번째 소송은 미국 철강대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 이 회사의 곤칼베스(Lourenco Goncalves) CEO, 전미철강노동조합(USW)의 데이비드 맥콜(David McCall) 회장을 상대로 한 민사 소송이다.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미국 철강 시장 독점을 목적으로, US스틸을 자사 이외에는 인수하지 못하도록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했다. 반경쟁적이고 조직적인 불법 행위를 통해 다른 인수 시도를 저지하려 했으며, 이는 독점금지법과 RICO법(조직범죄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 곤칼베스 CEO, 그리고 맥콜 회장이 추가적인 반경쟁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법원의 차단 명령을 요구하면서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맥콜 USW 회장이 허위 사실을 고의적으로 주장했다는 대목이 주요 근거다.
데이비드 맥콜 회장과 미국 철강 대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Cliffs) CEO는 같은 날 성명을 발표했다. 맥콜 회장은 “소장을 검토 중이며,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단호히 반박할 것”이라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를 저지해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중요한 이익을 가져오고, 국가 안보를 지키며, 우리나라의 중요한 공급망을 지원하는 국내 철강 산업 유지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곤칼베스 CEO는 “미국 정부와 USW,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를 겨냥한 이번 소송은 US스틸과 일본제철이 스스로 초래한 문제의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부끄러운 시도”라며 “그들(일본제철과 US스틸)은 항상 자신들이 주주를 위해 일한다고 말하지만, 이번 인수 저지 명령으로 주주들을 철저히 실망시켰다”고 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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