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응급실 앞에서 환자를 이송하고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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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이던 지난해 9월 광주에 사는 ㄱ씨는 문틈에 손까락이 끼여 절단돼 119구급대를 불렀다. 구급대는 도착 뒤 주변 4개 병원에 전화했지만 모두 고난도 처치인 ‘수지접합 수술’을 할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전북 전주시의 전문병원을 안내한 끝에, 환자는 2시간여 만에 이곳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수지접합이 가능한 병원은 전국에 10여곳뿐이다. 소방당국이 처음부터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섭외했다면 더 일찍 치료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앞으로는 구급대가 ㄱ씨 같은 중증 응급환자를 구조하면 중앙응급의료센터 주도로 이송 가능한 병원을 찾을 전망이다. 정부는 소방청 산하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와 복지부 산하 중앙응급의료센터로 나뉜 중증 응급환자 이송 관제 업무를 중앙응급의료센터 주도로 개편할 계획이다. 병원 섭외 시간을 단축해 ‘응급실 뺑뺑이’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6일 복지부와 의료계 설명을 종합하면, 복지부·행정안전부 등은 이런 내용의 중증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안에 최근 합의하고 중앙응급의료센터 등의 인력·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구급대가 환자를 ‘케이타스’(한국형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도구·KTAS) 1·2단계의 중증 환자라고 판단하면, 중앙응급의료센터 산하 전국 7개 응급의료상황실에 병원 섭외를 요청하게 된다.
현재는 현장 구급대원이 직접 근처 병원에 연락해 환자 치료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하면 먼저 광역시·도 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섭외를 요청한다.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상황실에 지원을 요청한다. 이 때문에 각 기관이 한 병원에 여러번 연락하거나, 기관 간 협조를 구하며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잦았다.
정부는 전국 의료기관의 응급실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이송 관제를 주도하면 이런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7개 광역 응급의료상황실을 두고 응급환자 이송·전원 체계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센터는 매년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평가도 맡아 의료기관마다 수용 가능한 환자 유형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며 “환자 수용 가능성이 높은 병원부터 이송을 의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복지부는 지난달 국회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 때 중앙응급의료센터 등의 인력·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 170억여원을 증액하려 했다. 연간 약 36만명인 케이타스 1·2단계 환자 이송을 관제하려면 상황실의 상황의사와 상황요원(응급구조사·간호사) 등 100여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본다. 복지부는 고위험 임신부·이른둥이 등 모자의료 환자 이송을 관제할 전담 요원 10여명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두는 데도 약 20억원의 예산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다만 12·3 내란사태 이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안이 증액 없이 통과되며 관련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 이르면 이달 설 연휴부터 개편안을 실행하려던 정부 계획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의료기금 등을 활용해 필요한 상황 요원 등을 충원할 수 있을지 재정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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