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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64] 아스클레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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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작자 미상,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2세기경, 대리석, 로마 바티칸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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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클레피오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술의 신이다. 태양신 아폴로가 코로니스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됐는데, 코로니스가 아폴로의 아이를 잉태한 채로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았다고 오해하는 바람에 그녀를 죽여 버렸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아폴로가 장작 더미에 던져진 코로니스의 몸에서 급히 꺼내 살린 그의 아들이다. 신화에 따르면 아스클레피오스는 현명한 켄타우로스 아래서 성장하면서 의술을 배웠는데, 그 재주가 어찌나 뛰어났던지 죽은 사람조차 여럿 살려냈다고 한다. 하지만 죽은 이를 살린 탓에 신들의 노여움을 산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의 번개에 맞아 죽고 말았다.

인간이던 그를 신으로 받들어 모신 건 병들고 죽어가는 인간이었다. 고대 그리스에 이어 로마 제국에서도 아스클레피오스 신앙이 크게 번창했는데 그 덕에 현재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에만 아스클레피오스의 크고 작은 신상이 꽤 많다. 사진에서 보이는 상은 기원전 4세기 그리스 대리석상을 모방해 기원후 2세기경 로마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로마 전역에서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에는 환자들이 모여들었는데, 신전에서 잠을 자면 아스클레피오스가 꿈에 나타나 치료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항상 뱀이 똬리를 튼 지팡이를 들고 있다. 다시 태어나듯 허물을 벗는 뱀은 고대부터 치유의 약초를 찾아내는 현명함과 재생의 힘을 가진 상서로운 존재였던 것. 세계보건기구(WHO)의 로고에서도 바로 이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참담한 사건 사고와 함께 밝아 온 2025 을사년에 뱀의 지혜와 기적 같은 치유의 힘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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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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