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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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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복역’ 무기수 김신혜, 재심서 ‘친부 살해 혐의’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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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5년째 복역하던 김신혜(왼쪽)씨가 6일 오후 장흥교도소 앞 정문에서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씨의 남동생.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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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앞엔 ‘칼바람’이 불었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5년째 복역하던 김신혜(48)씨가 6일 오후 4시20분께 전남 장흥군에 있는 장흥교도소 정문 앞을 걸어 나왔다. 단발머리 차림의 김씨는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기다리고 있던 남동생(44)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그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김씨는 “재판부에 감사한다. (무죄까지)이렇게 25년이 걸려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기수’ 김씨는 이날 재심 재판에서 사건 발생 25년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심 결정 10년만으로, 국내 사법 역사상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무기수가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현수)는 이날 오후 2시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김씨의 재심 선고 재판에서 “무죄”라고 밝혔다. 장흥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씨는 개인 신상 이유로 법정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김씨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 있던 김씨의 남동생은 “믿어지지 않는다. 기쁘다. 누나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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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혜재심청원시민연합 회원들이 6일 오후 장흥교도소 앞에서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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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000년 3월7일 새벽 5시50분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한 도로 옆 버스 정류장에서 ㄱ(당시 52살)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체장애3급이었던 ㄱ씨는 자택에서 약 7㎞가량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처음에는 뺑소니 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뒀으나, 타살로 수사 방향을 급선회했다. 김씨의 고모부가 경찰에 “조카가 양주에 수면제를 타먹여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신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경찰은 3월9일 새벽 0시10분께 ㄱ씨의 큰딸인 김신혜(당시 23살)씨를 전격 체포했다. 경찰은 같은 해 1월 아버지 명의로 보험 8개에 가입한 뒤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김씨도 자신과 이복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반전은 재판 과정부터 시작됐다. 김씨는 “용의 선상에 오른 남동생 대신 벌을 받으려고 허위 진술을 했다. 아버지한테 성추행을 당한 적도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2001년 3월 존속살해죄로 김씨의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김씨는 2015년 1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법률구조단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고, 2018년 9월 대법원에서 재심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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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전남 해남지원 앞에서 재심을 맡아온 박준영 변호사가 김신혜씨 무죄 판결과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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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부는 경찰의 부실 수사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재판부는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독시라민(수면유도제)의 혈중농도가 13.02㎍/㎖로 나왔는데, 이는 30알을 복용한 경우의 통상적인 수치보다 3배 이상 높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사망 뒤 약물이 장기로부터 혈액 속으로 퍼져 혈중농도가 변하는 현상(사후재분배)으로 3배 이상 높은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부검이 사망 후 35시간 만에 이뤄져 ‘사후재분배’ 현상이 발생할지 의문”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죄 판결의 주요 증거가 신빙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범행동기로 지목된 성추행도 사실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보험설계사였던 김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하면 보험사에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터여서 보험금을 노린 범행이라는 점에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재심 변호를 해온 박준영 변호사는 “25년간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 온 것이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됐다. 출소 후 몸과 마음의 상처 회복에 공동체가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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