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웃긴 일이다. 처음 아이폰을 봤을 때 나는 그저 예쁜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LCD 화면이 깨질까 걱정되고, 배터리도 금방 닳을 것 같았다. 키보드도 없는 휴대폰이 얼마나 불편할지 상상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하철에서 아이폰을 꺼내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게 뭐가 좋다고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떤가.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늘 새로운 것들에 대해 의심이 많은 편이었다. 아마도 직업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질문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일까. 하지만 때로는 이런 습관이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AI 에이전트를 처음 접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챗봇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는 유별나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몇 개의 AI 서비스를 거치는 일이 일상이 됐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AI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1990년대, '컴맹'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도스 명령어를 외우는 게 왜 이리 힘든지. C:\ 뒤에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 허둥대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그것이 마치 외국어처럼 느껴졌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마치 다른 차원의 존재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더 이상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이 없다. 컴퓨터가 우리에게 맞춰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컴퓨터에 맞출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에는 'AI 맹'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AI를 이해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AI는 이미 우리의 언어를 배우고 있다. 우리의 습관을, 취향을, 심지어 감정까지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마치 외국인 친구처럼 말이다. AI는 더 이상 차가운 기계가 아니게 된 것이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어색하고, 때로는 너무 형식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아이와 같다. 실수를 하면서 배우고, 그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지 않을까? AI가 만든 콘텐츠가 인간의 예술을 위협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걱정들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있어왔다. 카메라가 발명됐을 때 화가들은 자신들의 직업이 사라질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카메라는 새로운 예술 형식을 탄생시켰고, 회화는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AI는 우리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마치 카메라가 우리의 시각을 확장시켰듯이, AI는 우리의 지적 능력을 확장시킬 것이다. 이미 많은 직군에서 AI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있다. AI와의 대화는 때로는 생각을 자극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씨앗을 심어준다.
얼마 전에는 AI에게 미완성 단편소설의 결말을 상담했다. AI는 여러 가지 가능한 결말을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특히 흥미로웠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이었다. 물론 그 결말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치 좋은 독자나 편집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나는 AI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AI는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다. 우리가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마치 워드프로세서가 우리의 글쓰기를 도와주는 것처럼, AI는 우리의 생각을 도와줄 것이다.
그렇다고 AI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AI에게는 아직 많은 한계가 있다. 감정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때로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AI의 매력이 아닐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나 윤리적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AI가 우리의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는지, AI의 판단이 편향되지 않은지, AI가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 많은 질문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피할 수 없는 도전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직면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생각을 확장하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반자다. 마치 스마트폰이 우리의 손이 되어준 것처럼, AI는 우리의 또 다른 지능이 되어줄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가 할 일은 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자. 호기심을 가지자.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 그리고 무엇보다, 이 새로운 여정을 즐기자. 아마도 몇 년 후에는 AI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마치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이것이 바로 기술의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 더 이상 기술이라고 인식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워지는 것. 우리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것. AI 에이전트는 바로 그런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여정의 한가운데에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기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즐길 줄 아는 여유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 중화권 전문 네트워크' 플래텀, 조건부 전재 및 재배포 허용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