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서 나온 공수처 차량들이 윤 대통령 지지 집회 옆을 지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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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판사
판사가 발부한 체포·수색영장의 집행이 막혔다. 영장의 집행 불능 결과 자체는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집행 불능의 사유가 ‘피의자 소재 파악 불가’가 아닌 ‘피의자의 불응’이라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상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영장 대상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체포·수색영장을 가리켜 불법 무효 영장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대법원의 진상조사 및 영장 발부 판사에 대한 직무배제와 징계를 촉구했다. 여당의 대표는 체포·수색영장의 발부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정치 판사의 부당거래’라고 명명했고, 여당은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체포는 수사 진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제도다. 대부분의 범죄 수사에 있어 피의자의 진술 확인은 필수적인데,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불러도 나오지 않으면 수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피의자를 강제로 출석시키는 것이 체포다. 따라서 체포영장 발부사유는 ‘출석 불응 또는 그 우려’로 단순하다. 피의자 진술 청취를 위한 구금이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다. 체포로 인한 구금기간은 최장 48시간이다. 이러한 점에서 피의자의 적극적인 수사방해를 막기 위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될 때 피의자를 장기간(최장 30일) 구금시키는 구속 제도와 구별된다. 개념적으로 체포는 강제 소환을 위한 단기 구금으로서 수사 진행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강제수사에 해당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체포에 이어 구속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피의자들은 체포의 부당성을 강하게 주장할 때가 많고, 그 결과 체포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결례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불복 방법으로서 형사소송법은 체포된 피의자에게 사후적으로 체포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외에도 피의자는 체포의 적법성을 구속실질심사, 형사본안재판 등 별도의 재판 절차를 통해 판단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피의자가 체포되기 전에 영장 발부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가. 법은 사전불복절차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체포 이전에 체포영장의 효력을 다투기 위하여 여러 법적 이의 절차를 강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각 심사기관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다툼 이외에 대통령 변호인단 및 여당이 보인 행태는 재판독립 침해에 해당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권 및 영장청구권을 공수처, 검찰, 경찰 중 어떠한 기관이 갖는지, 대통령 관저에 대한 피의자 수색 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가 적용되는지에 관하여 법적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공수처가 신설되고 법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는 법 개정 당시 예측한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초유의 사태에 해당하므로, 그 각 단계가 전부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형사사법이 가보지 못한 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가는 길이 험할 수밖에 없다. 다만, 가는 길이 험할수록 길 자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
공수처 검사가 청구한 체포·수색영장에 대하여 판사가 영장을 발부함과 동시에 수색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의 배제를 기재하였다면, 그것은 판사가 수사권 및 영장청구권에 대한 법 해석과 당해 수색에 있어 형사소송법 110조 등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법 해석을 한 것으로서 재판 내용에 해당한다. 재판 내용에 대한 당부는 법이 정한 불복절차에 의하여만 심사될 수 있을 뿐 사법행정의 직무감독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만일 사법행정이 재판 내용의 당부를 문제 삼아 판사에 대한 직무배제, 징계 등의 불이익 조치를 행하면 이는 헌법 103조 위반의 재판독립 침해가 된다.
권한중지 상태라고는 하나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정질서 수호의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 측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다수 보유한 여당이 공적으로 재판독립을 침해하는 발언을 한 것이 참담하다. 나아가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근거 없이 판사에게 색깔론을 들이대고 정치판사로 매도하며 재판을 부정하는 행태는 그간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으로부터 꾸준히 자행되어 왔는데, 그로 인해 훼손된 사법신뢰는 다시 쌓아올리기 힘들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법치의 회복을 사법에 요청하면서 동시에 사법을 무너뜨리는 모순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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