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아름답지 않은 美국(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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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갑'을 택했다"…트럼프 2.0, 세계경제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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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월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 단체 '터닝 포인트'의 '아메리카 페스트' 행사에 참석해 “파나마 운하 수수료는 터무니없고 매우 불공평하다. 파나마 정부에 운하의 소유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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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양심보다 지갑을 택했다."(아지크 후크 미국 시카고대학 법학부 교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유지된 세계 평화체제)는 끝났다.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평화와 안정의 보증인이었던 미국은 이제 없다.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아름답지(美) 않다. 홀로 증시가 질주하고 경제도 탄탄한 미국의 개별 거래를 우선시하는 정치적 '뉴 노멀'에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의 숙제를 안게 됐다.
◇취임 첫날 생길 변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20일(현지시간)은 미국의 향후 4년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줄 하루다. 미 역사에 남을 대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행정명령이 예고돼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내 불법 이민자는 약 1100만명. 같은 날 2021년 국회의사당을 습격해 체포된 폭도들은 사면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 가는 희망을 품고 '다리엔 갭'을 건넌 불법 이민자들이 11월 10일(현지시각) 파나마 라하스 블랑카스에 있는 이민 관리소에서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다리엔 갭'은 파나마와 콜롬비아 사이에 있는 약 160킬로미터(100마일) 길이의 밀림 지역으로 매우 험난하고, 차량이나 도로가 연결되지 않아 인간의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자연 장애물로 알려져 있다. 파나마 정부는 다리엔 갭을 지나는 불법 이민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이민자 행렬은 줄지 않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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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이민도 공짜는 아니다. 대규모 이민자 추적과 체포, 구금, 처리 및 추방에 약 3000억달러(44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이래 불법입국한 이민자를 모두 포함할 경우 미국 인구는 870만명 줄어든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830만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경우 2028년까지 미국 경제는 그러지 않을 때보다 7.4% 후퇴할 전망이다. '기회의 나라' 미국은 빛 바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장담대로라면 취임 24시간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난다. 다만 우크라이나 영토를 내주는 불평등 협상이 될 공산이 크다. 가자지구 휴전은 빨라질 수 있으나 장기적 해결책인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 국가 및 국경 인정)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이런 미국의 잘못된 시그널(동맹약화)은 중국엔 '일단 침공하면 취할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이 될 수 있으며, 북러 밀월 속 한반도 핵 위협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군비 증가는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지난달 나토에 기존 목표치의 2배인 '5% 방위비' 룰을 제시했다. 한국은 아예 '머니 머신'으로 명명했다.
◇트럼프의 '아름다운' 채찍, 보편적 관세 어디까지…
각국 정상에게 가장 급한 건 관세 문제다. 트럼프는 '미국을 위대하게'를 목표로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위해 관세를 무기로 흔든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향해선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하는 등 계산된 모욕도 서슴지 않는다. 일단 모든 외국 상품에 10~20%, 중국산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2기 보편관세가 한국의 대미 수출을 8.4∼14.0%(약 55억∼93억달러) 줄일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관세는 미국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프랑스 국제경제연구소(CEPII)는 지난 10월 '트럼프 2.0 관세: 세계 경제는 어떤 대가를 치를까?' 보고서에서 보편관세와 대중 고율관세가 적용되고 상대국이 맞보복하는 경우 세계 GDP(국내총생산)는 0.5% 위축되며, 미국 역시 1.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또 관세의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 전가돼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키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이민자 대량 추방과 관세가 겹쳐 노동력 및 상품 공급이 동시 위축될 경우, 2028년까지 미국 경제가 예상치보다 3~10% 정도 위축되고 누적 인플레이션이 13~23% 높아진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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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관세는 자국 내 감세를 위한 수단이자 외교 거래에 쓰일 소중한 채찍이다. 관세로 충당되지 않는 부분은 정부효율성 부서를 통해 공공지출 2조달러를 줄여 격차를 메운다는 계획이다. 연방 지출의 약 3분의 1 규모다. 트럼프가 사수한다는 국방예산과 사회보장, 의료보험을 삭감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의회가 이 정도 규모의 예산삭감에 동의할 가능성도 없다. 정부부채 증가가 불가피하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질서, "가장 큰 위험은 미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월 19일(현지시각)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2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라며 "언제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선인)을 만날 생각이 있다"라고 말했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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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취임하는 20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개막한다. 냉전 종식 이후 정·재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은 엘리트 중심 세계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 수정주의 강대국으로 변모한 현재는 경제적 상호의존보다 지정학적 경쟁이 압도하고 있다. WEF 개막식은 사실상 동맹에 더 싸늘한 트럼프의 국제 무대 취임식이 될 전망이다. 당황, 불쾌, 혹은 분노를 숨긴 채 수천억원대 취임식을 바라볼 각국 정상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은 더욱 그렇다.
시카고 글로벌 문제 협의회의 이보 달더 연구원은 "세계에서 우리가 직면한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제가 해온 모든 강연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시작됐으나 이제 가장 큰 위험은 우리다. 미국이 위험"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나홀로 질주 미국경제…트럼프 시대 '달러', 최강 자리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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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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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가 다가왔다. 작년 12월 초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달러당 1500원대 진입이 코앞인데, 여기에는 강달러 영향도 있다. 지난 2일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2022년 11월 이후 처음 109선을 돌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달러인덱스의 상승세를 자극했는데, 특히 연준이 12월 기준금리를 낮추면서도 새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해 이를 더 부추겼다.
◇ 나홀로 성장 '미국 예외주의' 언제까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선 행사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4.11.07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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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는 미국의 정치·사회 체제가 다른 국가와 구분되고 세계 속에서 미국의 역할이 특별하다는 신념을 가리킨다. 최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가와 중국이 경제부진을 지속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성장을 이어가면서 경제 방면의 미국 예외주의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발표된 잠정치(2.8%)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치로 미국의 나홀로 성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반면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유럽의 주축 독일, 프랑스는 위태롭다. 작년 12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 독일 제조업의 중심 자동차 산업은 BYD 등 중국 업체의 급부상으로 위기에 처했다. 작년 11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 46.0에서 0.8포인트 하락한 45.2를 기록하는 등 유럽 전반의 제조업 경기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독일 함부르크상업은행(HCOB)의 사이러스 루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이 이보다 나쁠 수 없다"면서 "프랑스 정치 상황이 불안하고 독일이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등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의 정치적 혼란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달러 인덱스 추이/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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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역시 2021년 시작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에 그치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계속됐다. 같은 달 소매 판매도 전년 대비 3%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미국 경제의 예외적인 성장세와 경쟁국들의 부진은 새해 달러화 강세 유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선인의 관세 및 감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을 낳은 가운데, 지난해 12월 미국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역시 인플레이션 전망 불투명을 이유로 올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여 강달러에 영향을 줬다.
◇강달러 싫어도 기축통화는 지키려는 트럼프…중·러 밀착은 계속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19년 "캐터필러, 보잉 같은 미국 기업이 (가격)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을 만큼 강달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위상을 지탱하는 한 축인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는 지키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FOMC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을 갖고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둔화 궤도에 있지만 속도가 이전 예상보다 느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12.19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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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러시아 제재에 대한 그의 입장에도 반영돼 있다. 작년 9월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러시아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 또는 수정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제재를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나라 제재가 탈달러를 자극해 달러화 지위 약화로 이어진다고 믿는다면서 이 와중에 "중국이 자국 통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선인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연합체인 브릭스(BRICS)가 달러 패권을 위협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트럼프가 탈달러 가능성 차단에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달러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를 상회했으나 2024년 3분기 말 기준 57.4%까지 떨어졌다. IMF는 달러 독주가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위안화 등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11.19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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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경제 부진으로 유로화가 주춤한 가운데 적극적으로 통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장기적으로) 원유 및 천연가스 결제에서 위안화를 사용하자"고 제안하며 '페트로 위안' 구상을 내비쳤다. 2023년 11월 중국과 사우디는 5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도 체결하는 등 사전정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스위프트에서 퇴출된 러시아의 위안화 결제 수요가 증폭되면서 중-러 간 밀착이 심화됐다. 양국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한 자릿수에서 이제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나홀로 성장하는 '미국 예외주의'로 트럼프 2.0 시대에도 강달러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달러의 세계 위상을 흔드는 시도도 계속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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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도 공격하는 트럼프, 자신만의 방식으로 '종전' 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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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기념품 가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묘사한 러시아 전통 목조 인형 마트료시카가 판매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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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2년11개월, 중동에서 15개월째 이어지는 '두 개의 전쟁'의 운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손에 넘어갔다. 자국 이익을 위해서 동맹에도 관세 공격을 하는 냉혹한 이미지의 트럼프 당선인이지만, 전쟁에 대해서는 "취임 후 24시간 내 끝내겠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결을 달리하려 한다. 잃었던 미국의 억제력을 그가 되찾을 수 있을까? 일각에선 그의 전쟁 종식 선언이 허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1기 때 북미 정상회담도 몇 차례 가졌지만 결실은 맺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전쟁 조기 종식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내가 빨리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인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말도 안 되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종전을 위한 움직임도 본격 시작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자 키스 켈로그 내정자는 정부 출범 전부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등 유럽 국가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협상보다는 우크라이나 현황 조사를 위한 방문이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새해 첫날 직후 시작될 이번 방문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조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트럼프를 향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종전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트럼프가 우리 편에 서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언제든 회담에 나갈 준비가 됐다"며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종전 의지만 있고 방안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트럼프 당선인 보좌진과 내각 후보자들이 우크라이나에 관한 견해가 각자 달라 아직 구체적인 종전 방안을 세우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켈로그 내정자가 지난 6월 제시한 종전 방안인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유예, 전선 동결 후 비무장지대 조성 등을 따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해당 방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와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말이나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2025년 말에 끝나거나 2026년 중반까지 지속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서안지구 도시 베들레헴에서 관광객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키스하는 모습의 이스라엘 장벽 벽화를 배경으로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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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분쟁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그 대리세력인 '저항의 축'을 압박해 전쟁을 끝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이란에 '최대 압박 2.0' 정책을 다시 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 이란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강한 경제제재를 가하는 등 이란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폈다. 최근에는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예방적 공습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는 벌써 트럼프 당선인의 영향력이 미치는 분위기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관련 트럼프 당선인은 하마스를 향해 "취임 전까지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지옥이 닥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일부 외신은 이같은 경고가 있은 뒤 하마스가 쟁점에서 양보 움직임을 보이며 휴전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고 짚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정책이 중동 분쟁을 더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시리아 골란고원 정착민 확대 계획을 밝히는 등 트럼프를 등에 업고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더불어 이스라엘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뒤 예멘 후티 반군을 향한 공격을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이란 '저항의 축' 세력을 하나씩 제거한 이스라엘은 최근 다음 표적으로 예멘 후티 반군을 지목하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공격은 더욱 강화되고 후티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취임하면 미국은 이들에 대해 금수 조치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도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국제사회 위기를 더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1기 당시 17개월 동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존 볼턴은 트럼프의 두 개의 전쟁 종식 선언이 "전부 허세에 불과하다"며 "트럼프의 의사 결정이 즉흥적이고 개인적 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매우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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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잠그는 '이민자의 나라'…아메리칸 드림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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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이주민과 인권 운동가들이 미국고 멕시코 국경 인근의 한 항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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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이민 정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과 국경 폐쇄를 벼르고 있어서다.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꿈이냐 악몽이냐의 기로에 섰다.
미국은 흔히 이민자의 나라로 불린다. 이민자에 의해 세워졌고 만들어진 나라다. 개방적이인 이민 정책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이며 창의성과 혁신을 발판으로 발전해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정체성이 이민자의 나라에 있다고 강조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엔 합법 이민자 약 1300만명과 불법 이민자 약 110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자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친 데다 중남미의 경기 침체와 기후 위기, 정치 혼란과 범죄가 심해지면서 미국을 향하는 이주민 행렬이 급증했다.
이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이민 정책을 반대로 뒤집을 태세다. 국경을 걸어잠그는 데 그치지 않고 사상 최대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군대를 동원할 가능성도 띄웠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경 차르'로 임명한 톰 호먼은 이전에 추방 명령을 받았거나 중범죄로 기소한 이민자들을 우선 추방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불법 이민자 수 추이/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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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재해나 폭력 사태 등 특별한 상황으로 본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없는 개인에게 제공되는 임시보호신분(TPS)이나 2007년 이전 아동으로 미국에 온 개인은 미국에 남을 수 있도록 허용한 청년추방유예(DACA) 대상자들도 대거 추방될 수 있단 우려가 크다. 이미 미국에선 추방 대상자들을 수용할 대규모 시설이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민자 사회에선 아메리칸 드림도 이제 끝이란 우려가 쏟아진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 서둘러 영주권과 시민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대학들은 트럼프 집권 1기 아랍국 등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미국 입국 금지령을 내린 점을 고려해 유학생들에게 취임식 전 캠퍼스로 돌아올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아이러니한 건 트럼프 당선인이 강력한 반이민 기조를 내건 이유 역시 아메리칸 드림에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민자 때문에 미국인들의 희망이 무너지고 있다고 본다.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집값을 끌어올리고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불법 이민자는 국력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인구 증가에도 큰 몫을 보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까지 1년 동안 미국 인구는 약 1%(330만명) 늘어나(총 3억4010명) 23년 만에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인구 증가분의 84%는 합법·불법 이민자로 집계됐다. 또 많은 캘리포니아 등 많은 주에선 이민자가 없었다면 인구 감소를 기록할 수도 있었단 지적이다.
불법 이민자들이 일거에 추방되거나 단속을 피해 숨어버릴 경우 미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미국 내 건설 현장이나 농장 등 일반인들이 기피하는 직종의 많은 부분을 불법 체류자들이 메워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텍사스주 같은 경우 건설 분야에서 일하는 이민자 50만명 중 60%가 불법 이민자로 추정된다. 전국 농장 근로자의 40%가 불법 이민자라는 통계도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값싼 노동력이 빠져나가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위험도 크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트럼프 집권 2기 최대 830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추방될 경우 2028년까지 물가가 9.1% 오르고, 적게 잡아 130만명의 이민자가 추방될 경우에도 1.5%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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