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8 (수)

흑자 이어온 신동아건설, 왜 무너졌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 5년 연속 흑자 냈지만
과중한 차입금 탓 현금흐름 줄곧 '마이너스'
2023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428.8%
'태영 다음' 거론 건설사, 그룹 지원으로 버텨


시공능력평가 58위의 중견건설사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저조한 분양 실적을 보였고 급격히 불어난 부채를 감당할 만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기사: 신동아건설 법정관리 신청…분양보증 '1.1조대'(2025년 1월6일)

7일 비즈워치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신동아건설의 '2023년 연결감사보고서' 내 금융부채 만기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회사에서 지난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자 포함)은 2146억원가량이다.

신동아건설은 차입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60억원 규모의 어음 등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621억원에 달하는 장기차입금(명목가액 기준, 유동성장기부채 제외) 중 82.1%에 달하는 2151억원은 올해 안에 갚아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비즈워치

서울 용산구 소재 신동아건설 사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조한 분양 실적, 흑자 불구 메마른 유동성

신동아건설은 2023년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428.8%에 달했다. 레버리지 사업인 건설업 특성상 건설사의 부채비율은 통상적으로 제조업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지나친 수준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신동아건설은 채권단 기업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지난 5년간 꾸준히 흑자경영을 유지했다. 하지만 높은 부채비율 속에 현금 흐름은 좋지 못했다.

신동아건설의 영업이익은 2019년에 518억원이었다. 이후 △2020년 123억원 △2021년 33억원 △2022년 62억원 △2023년 182억원 등 지속적인 흑자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3년 말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0억원가량에 불과했다.

이는 그 전해에 보유한 현금(337억원) 규모와 비교했을 때 82.3% 급감한 것이다. 장·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 상환 등과 함께 4년 연속 영업활동 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결과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요 단지의 분양 실적도 좋지 못했다. 경상남도청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이 책임준공을 약정한 타운하우스(도시형생활주택 중 단지형연립주택) '신진주 역세권 파밀리에 피아체 1·2단지'의 지난해 10월 말 기준 미분양은 분양 104가구 분양 중 89가구다. 이미 작년 4월 준공한 악성 미분양 단지로, 이번 법정관리 신청에 큰 영향을 미친 현장으로 알려진다.

앞서 2021년 세종 6-3 P2블록(산울마을 6단지)에서 금호건설, HMG파트너스와 컨소시엄으로 분양한 '세종 리첸시아파밀리에'의 경우 준공이 2~3개월 지연되며 분양대금 회수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작년에도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12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669가구 규모의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분양에도 나섰지만 1·2 순위 청약에서 313건의 접수를 받는데 그쳤다. 이에 앞서 7월 분양한 경기 의정부 '의정부역 파밀리에Ⅱ'도 120가구를 모집했으나 접수 건수는 114건으로 경쟁률이 1대 1을 밑돌았다.

신동아건설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에 허리띠를 졸라맸으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신동아건설의 2023년 판관비는 334억원으로 직전해(409억원) 대비 18.3%가 줄었다. 156억원 수준의 급여 규모를 125억원까지 낮췄고 수주비는 30억원으로 직전 해(55억원) 대비 45.8%가 감소했다. 영업활동을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법정관리 신청 직후 신동아건설 경영관리팀 관계자는 내부 공지를 통해 "회사는 급격한 자금 사정 악화와 누적된 부채로 인해 더 이상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 부득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기업회생 과정에서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채권자·관계인 동의를 구하고 법원 인가를 받아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동아 다음은? 건설업계 '긴장'

건설업계에서는 신동아건설의 법정 관리에 따른 후폭풍도 우려하는 모양새다. 특히 지방 사업장을 주로 일감으로 두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상환 일정을 다소 타이트하게(빠듯하게) 잡아도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견 건설사들은 사업장 하나에만 문제가 생겨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여건의 건설사들의 경우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사태로 인해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경기 침체를 장기간 견뎌 온 건설사들이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향후 신용평가사들의 건설사에 대한 신용도 평가가 더욱 빡빡해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건설이 짓고 있거나 계획 중인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다. 청약 모집 인원에 미달한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도 계룡건설과 컨소시엄 사업이다. 다만 신동아건설의 이번 사태를 업계 전반의 위기로 확대해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HUG 보증이 있는 사업장들이 다수인 만큼 다른 신동아건설과 컨소시엄이 있는 사업장의 건설사들에 직접적으로 위험이 전이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개별 기업의 사안을 업계 전반으로 확대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강조했다.

비즈워치

서울의 한 대형 복합개발사업 현장(기사와 관련 없음)/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흔들렸던 건설사들, 버틴 건 '그룹' 덕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위축됐고, 이듬해 말 태영건설이 기업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이후 일부 건설사들이 지속적으로 '위기설'에 휘청였다.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 등 유통 중심 기업집단 건설사와 코오롱글로벌 등이 '태영 다음' 순서로 꼽혔다. 비슷한 시기 사업 확장에 나섰다가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한 곳들이다. 하지만 모두 그룹 지원 덕에 지금까지 '화'를 피했다.

롯데건설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 박현철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재무건전성 개선에 속도를 냈다. 그룹의 유동성 지원과 함께 한국산업은행 등이 참여한 2조3000억원 규모의 PF유동화증권 매입펀드 조성 등 외부 자금 수혈에 성공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이 559.6%에 달했다. 이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서초 스포렉스' 토지와 건물을 지난해 11월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매각했다. 4301억원가량의 매각대금을 통해 과중하다고 평가되는 부채비율을 지속적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건설도 2023년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951.7%에 달했다. 미분양이 다수 발생한 대구 현장의 PF가 문제됐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초에 레저사업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하고 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또 자발적 상장폐지를 통해 이마트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추진 중이다.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