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4자 연합의 승리로 사실상 종식되며, 2025년 새해를 맞아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한미약품 주주총회에서 4자 연합이 승리한 데 이어, 일주일 만인 26일 형제 측의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보유한 지주사 지분 5%를 4자 연합에 매각하며 협력을 선언했다. 이로써 한 해 동안 업계를 긴장시켰던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4자 연합은 이번 지분 매입으로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54%를 확보하며 경영권 안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주당 3만 7천원, 총 1,265억원에 달하는 이번 거래를 통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라데팡스 파트너스로 구성된 4자 연합은 그룹 지배구조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게 됐다.
임종윤 이사와 4자 연합은 세 가지 핵심 사항에 합의했다. 첫째, 경영권 분쟁의 종식, 둘째, 그룹 지배구조의 안정화, 셋째, 전문 경영인 중심의 지속 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이다. 특히 전문 경영인 중심 체제 구축은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각각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를 직접 맡아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 했던 형제 측이 4자 연합의 입장을 전격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표면적으로는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예견된 수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19일 주주총회 직전부터 임종윤 이사가 4자 연합과 물밑 협상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북경한미약품 경영권 보장 등의 조건을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형제 측은 주총을 앞두고 4자 연합, 특히 모녀에 대한 강도 높은 공세를 펼치다가 협상이 시작되면서 이를 전면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합의의 결정적 배경에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주목된다. 한미약품 지분 구조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주총 전부터 4자 연합 지지를 확실히 했다는 점이 형제 측의 결단을 이끌어낸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은 압도적으로 4자 연합에 표를 던졌으며, 이는 시장이 전문 경영인 체제를 선호한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됐다.
또한 형제 측의 후퇴 배경에는 현실적인 재무적 압박도 작용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받은 대출금 만기가 매달 돌아오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법적 분쟁을 이어갈 여력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총 당일 형제 측이 주총장에 불참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2024년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 당시 모녀가 역전패를 예상하고 불참했던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이미 승부의 향방이 결정됐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완전한 종식으로 보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가장 큰 변수는 임종윤 이사가 동생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사전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또한 임종윤 이사는 자신이 보유한 나머지 6% 지분에 대해 4자 연합과 의결권 공동행사 협약을 맺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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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5대5 구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임종훈 대표이사가 여전히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만약 4자 연합이 임종훈 대표이사 퇴출을 시도할 경우, 임시주총을 통한 특별결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확보한 54% 지분만으로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향후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4자 연합이 임종윤 이사의 전체 지분을 매입하지 않은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추가 매입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부담이 있었으며, 현재 확보한 과반 지분으로도 당면 과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더불어 모녀 측에서는 가족 지분이 외부로 더 이상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4자 연합이 오는 3월 정기주총까지 임종훈 대표이사를 설득해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합의된 세 가지 사항을 토대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미약품의 지배구조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의 2025년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우세하다. 4자 연합의 과반 지분 확보와 경영 안정화 합의로 작년과 같은 극단적 대립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4자 연합 내부의 상이한 이해관계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모녀 측은 창업 가문으로서 오너 경영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신동국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의 성격이 강하며, 라데팡스 파트너스는 순수 투자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4자 연합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의결권 공동행사, 우선매수권, 동반매각참여권 등을 상호 보장하며 단일 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각 주체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조율과 협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결국 한미약품의 진정한 경영 정상화는 4자 연합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전문 경영인들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며, 남은 형제 측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제약업계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미약품이 경영 안정화를 이루고 본연의 제약 사업 발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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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 기자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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