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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 총리는 이날 오타와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몇 달째 마비 상태"라며 "당(집권 자유당)이 차기 대표를 선출한 이후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나라는 다음 선거에서 진정한 선택지를 선택할 자격이 있다"며 "내부에서 싸움을 벌여야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내가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트뤼도 총리는 3월24일까지 의회 휴회도 선언했다. 당초 캐나다 하원은 오는 27일 회기를 재개해 야당을 중심으로 내각 불신임안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연말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고민한 끝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사임 발표는 사실상 예고된 수준이다. 2015년 11월 당시 44세로 집권한 트뤼도 총리는 한때 '캐나다의 오바마'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자랑한 인물이다. 하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고물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며 지지율이 정권붕괴 수준인 17%대까지 급락했다. 이는 제1야당인 보수당(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입소스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의 73%는 트뤼도 총리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답변은 자유당 지지층에서도 43%에 달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는 트뤼도 총리를 둘러싼 퇴진 압박에 한층 불을 붙였다. 해당 조사에서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에 대응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 캐나다 국민은 응답자의 14%에 불과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가 국경 문제,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취임 첫날부터 모든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즉각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달려갔으나, 만찬 자리에서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는 말을 듣는 등 오히려 조롱 대상이 된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달 '트럼프 관세' 대응 문제 등을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해온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이 전격 사임하면서 트뤼도 총리의 리더십엔 치명상이 됐다. 연립정부 파트너인 신민주당(NDP)도 직후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했다. 트뤼도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한 의원은 집권 자유당 내에서도 약 20명에 달한다.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로 당분간 캐나다 정국엔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법상으로는 오는 10월까지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조기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일간 가디언은 "총리직을 둘러싼 격렬한 정치적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트뤼도의 사임 결정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앞두고 캐나다 정치에 불안감이 깊어진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트럼프의 복귀로 캐나다는 더 불확실한 경제적 미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지에서는 트뤼도 총리의 후임으로 프리랜드 전 부총리를 포함해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도미니크 르블랑 재무장관,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 등이 거론된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와 관련해 "캐나다의 많은 사람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캐나다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무역 적자와 보조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트뤼도는 이 사실을 알았고, 사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캐나다가 미국에 합병되면 러시아와 중국 선박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질 것이라며 "함께라면, 얼마나 위대한 국가가 될까"라고 썼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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