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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비행기 앞좌석 45분 킥, 그래도 안 혼낸다…美 '젠틀 육아법' 유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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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근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젠틀 페어런팅' 관련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틱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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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때리면 안 돼' 대신 '부드럽게 대하라'고 말하세요."

"아이가 낮잠을 자기 싫다고 칭얼대면 억지로 재우지 말고 따뜻한 담요와 캐릭터 조명의 좋은 점을 설득하세요."

최근 미국에서 팔로워 수십만명의 육아 인플루언서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자주 올리는 게시물의 내용이다. '젠틀 페어런팅(gentle parenting)'이라고 불리는 이 양육법은 체벌과 제지 대신 무조건적인 공감과 지지를 요구한다. 그런데 이런 젠틀 페어런팅을 둘러싸고 '무개념 부모'라는 원색적인 비판이 일어나는 등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이 개념은 2016년 발간된 육아서 '젠틀 페어런팅 북'에 처음 소개됐다. 작가 사라 옥웰-스미스는 "(남이 되어) '이렇게 하면 좋을까?'라고 자문한 뒤 아니란 판단이 들면 아이에게도 그렇게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엄한 부모 밑에서 자랐던 MZ 세대 부모들이 이런 말에 공감하면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젠틀 페어런팅은 더 주목받기 시작했다. 재택 근무 등으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진 부모들이 SNS를 통해 육아 관련 조언을 구하면서다. 현재 인스타그램에만 관련 게시글이 97만건이 넘고, 틱톡 동영상도 약 20만건에 달한다.



"SNS 육아 조언, 부모에게 스트레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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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틱톡 이용자가 젠틀 페어런팅이 부모에게 해롭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틱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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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 페어런팅을 옹호하는 이들은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아이가 스스로 행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아침 출근 시간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보채는 아이에 분을 참지 못한 부모들은 "나 자신이 괴물처럼 느껴졌다"는 등의 반응을 SNS에 곧잘 올리곤 한다.

급기야 실패를 토로하는 이들이 최근 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세스 마이어스도 최근 한 TV쇼에 출연해 "(젠틀 페어런팅에) 아이들은 마치 면책특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며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젠틀 페어런팅을 하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살아있는 휴머노이드가 돼야 한다"(더뉴요커)는 웃픈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젠틀 페어런팅을 따르는 이들이 다른 부모보다 육아 스트레스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7월 미 맥칼리스터대 연구진은 젠틀 페어런팅을 실천하는 부모 중 약 35%가 '육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압박 탓에 우울감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젠틀 페어런팅이 오히려 아이를 버릇없게 만든다"는 반발도 커지고 있다. 7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라고 밝힌 한 틱톡 이용자는 "비행기에서 앞 좌석을 발로 차는 아이가 있었는데, 부모가 45분 내내 '그러지 마'라고 말할 뿐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SNS에서 떠도는 육아 조언은 대체로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지나친 의존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미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육아 스트레스에 대한 권고안에서 "SNS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도움이 되기보다 해로운 조언을 퍼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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