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리그 1 10위로 떨어졌다가 가까스로 강등을 모면한 전북 현대는 우루과이 출신 세계적 명장 거스 포옛(58) 감독을 영입했다. 포옛 감독은 지난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빅리그’ 출신. 그는 홍명보 감독에게 돌아간 한국 대표팀 지휘봉 대신 무너진 K리그 명문팀 재건의 특명을 받아 들었다. 지난달 3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행은 운명인 것 같다”며 “전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적과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게 팀을 조립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K리그 대이동 |
윤정환(52) 감독은 지난 시즌 강원FC를 창단 후 최고 성적인 K리그 1(1부) 준우승으로 이끌며 ‘올해의 감독’에도 뽑혔다. 그런 그가 1부 팀을 떠나 K리그 2(2부)로 추락한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에 오른 것도 주목할 일이다. 1부에서 성공한 감독이 2부 팀을 맡는 건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일이다.
지난해 성적이 엇갈렸던 K리그의 ‘탑-티어’ 라이벌 울산 HD와 전북이 이번 겨울 나란히 대대적인 스쿼드 개편에 나선 점도 흥미롭다. 감독을 바꾼 전북은 문선민(33), 김진수(33·이상 서울) 등 ‘국가대표급’ 공격수 두 명을 내보냈다. 대신 골키퍼 송범근(28)과 중앙수비수 김영빈(34)을 영입해 뒷문을 보강했다. 지난 시즌 전북 추락의 근본 원인인 수비부터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K리그 1 3연패를 달성한 디펜딩 챔피언 울산의 이번 겨울 화두는 세대교체다. 주민규(35), 임종은(35·이상 대전) 등 30대 중후반의 ‘큰 형님’들을 빼고, 허율(24), 이희균(27), 이진현(28), 윤종규(27) 등 20대 중반의 ‘검증된 동생’들을 대거 데려왔다. 울산은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까지, 올 한 해 60경기 가까이 치러야 한다. 스쿼드를 두 개 꾸릴 정도로 두꺼운 선수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팀을 떠난 ‘홍명보’ 색깔을 지우고 사령탑에 새로 오른 ‘김판곤’(56) 색깔을 입히는 의미도 있다.
당장의 우승을 목표로 과감하게 전력을 보강한 ‘윈-나우(Win-now)’형 구단도 눈에 띈다. 지난해 여름 11명의 새 얼굴을 영입해 주목받은 대전 하나시티즌은 이번 겨울에도 ‘폭풍 쇼핑’을 멈추지 않았다. 공격수 주민규와 정재희(31), 수비수 임종은과 하창래(31), 박규현(24) 등 즉시 전력감과 줄줄이 계약하며 새 시즌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서울도 김진수와 문선민에 미드필더 정승원(28)까지, 포지션별 알짜배기 선수를 영입해 전력 보강이 쏠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기동(54) 서울 감독은 계약 만료와 함께 팀을 떠난 일류첸코(35)를 대체할 최전방 스트라이커 영입으로 ‘화룡점정’ 한다는 계획이다. 포항 스틸러스는 30대 중후반 선수들과 줄줄이 재계약했다. 외국인 수비수 완델손(36)을 비롯해 공격수 백성동(34), 김인성(36), 수비수 신광훈(38), 골키퍼 윤평국(33), 미드필더 김종우(32) 등 베테랑 6명을 붙잡았다. 나머지 팀원이 20대 초·중반인 점을 고려해 형님들의 경험과 노련미를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포지션별로는 측면 수비수의 대이동이 도드라진다. 올겨울 전·현직 축구대표 출신의 각 팀 핵심 풀백들이 줄줄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전북 김진수는 서울로, 서울 윤종규는 울산으로 옮겼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서울 강상우(32)도 행선지를 바꿔 울산행을 선택했다. 울산과 축구대표팀에서 왼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던 이명재(32)가 이번 겨울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생긴 연쇄 대이동이다. 대구FC의 백전노장 풀백 홍철(35)은 정경호(45)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강원에서 새 출발 한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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