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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13시간 식사·휴식도 없이 일했다" 전 제주항공 정비사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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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제주항공 항공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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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숙련된 정비사들이 대거 떠나면서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저는 제주항공 정비사였습니다’란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제주항공에 오랜 기간 근무해온 항공정비사라고 소개한 작성자 A씨는 “항공업계, 특히 제주항공의 정비사 처우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며, 직원들이 부당한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정비비 절감을 이유로 제대로 갖춰진 시설 없이 램프에서 (정비를) 수행하며 정비사들은 13~14시간 동안 식사 시간과 휴식 시간도 없이 과도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숙련된 정비사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정비사 부족 사태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크고 작은 결함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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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제주항공 관련 게시글. 익명 A씨는 게시글을 통해 ″제주항공 정비사들이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글은 이날 오전 삭제됐다.


그는 또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본부장 간담회 등 소통창구를 열었지만, 비용이 드는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 같은 핵심 문제는 묵살됐다”며 “대표이사와 인사팀, 정비본부는 정비사의 요구를 불만으로 치부했다”고 썼다.

A씨는 참사 당시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구조물도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고의 경우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둔덕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동체 착륙은 역사상 가장 훌륭했지만, 둔덕으로 인해 모든 탑승객이 희생되는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졌다”며 “그런데도 정부 기관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만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해당 글을 본 네티즌 등은 “A씨 주장은 타 항공사와의 ‘정비 지연’ 규모 비교 등을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2024년 상반기 항공사 지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상반기 운항한 5만2883편 중 536편(국내선 344편, 국제선 192편)에서 정비를 이유로 지연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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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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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해 상반기 운항한 국내 항공사 10곳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전체 운항 편수가 더 많았던 대한항공(422편)보다 많다. 또 경쟁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315편), 진에어(243편), 에어부산(227편) 등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상반기 정비 지연율은 1.01%로, 전체 평균(0.64%)보다 0.37%포인트 높았다. 제주항공은 앞서 2023년에도 정비를 사유로 한 지연이 943건에 달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2년 연간 정비 지연 건수가 각각 63건, 74건, 43건에 그쳤다. 이에 따른 정비 지연율은 0.05∼0.12%로 같은 기간 전체 항공사 평균(0.14∼0.16%)을 밑돌았으나 2023년부터 높아졌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항공사의 정비사 수는 ^대한항공 2661명 ^아시아나항공 1302명 ^제주항공 469명 ^티웨이항공 344명 ^진에어 272명 ^에어부산 181명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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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제주항공 관련 게시글. 익명 A씨는 게시글을 통해 ″제주항공 정비사들이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글은 이날 오전 삭제됐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악의적인 글”이라고 반박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일시적으로 정비사 수가 국토부 권고보다 부족할 때가 있었으나 이후 회복됐다”며 “국토부 권고 인원은 기체 한 대당 정비사 12명인데, 당시 11.2명까지 기록했다가 현재는 12.7명까지 올라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측은 또 “근무 환경이 결코 열악하지 않은데 개인적인 사유로 회사에서 퇴직한 사람이 악의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전날 올라온 해당 게시글은 이날 오전 삭제됐다.

무안=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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