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8 (수)

4년전과 너무 다른 '1월6일'…폭도 대신, 해리스가 트럼프 당선 인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2일 피닉스에서 열린 아메리카페스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월 6일 미국 의회의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준을 방해하기 위해 모인 폭도들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인준 절차를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워싱턴 DC 의사당 안팎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러면서 “4년 전 같은 날 ‘선거 부정’이란 거짓말에 선동된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킨 대혼란과는 완전히 정반대”라고 해설했다.

매체는 또 “민주당 지도자 중 누구도 대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대선 결과를 부정하기 위한 법적 이론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없다”며 “(인준 절차에) 가장 큰 방해요소라면 이곳에 예보된 폭설과 강풍뿐”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대선을 ‘사기’라고 주장하는 추종자들이 일으킨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와는 180도 달라진 풍경에 대한 묘사다.



4년 전 ‘대선 불복’ 폭도, 의사당 난입



4년 전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는 선거 사기론을 펴며 지지자들을 선동했고, 그의 강성 추종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의회 인준을 저지하기 위해 의사당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회 기물을 파손했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 등에서 5명의 사망자와 14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초유의 폭력 사태로 기록된 날이다.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충성하는 폭도들이 2021년 1월 6일 워싱턴의 미 국회의사당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지금까지 약 1500여 명이 기소됐고, 이 중 실형이 언도된 645명을 비롯해 1200여 명에게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진 상태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선거부정 음모론도, 폭력을 사주하는 세력도 없는 만큼 평화적인 의회 인준 절차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대선 패배’ 해리스가 트럼프 당선 인증



6일 오후 시작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는 지난해 11월 5일 대선 결과로 선출된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최종적으로 인증하는 절차다. 50개 주와 워싱턴 DC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가 알파벳 순서로 개봉·발표되고,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합동회의를 주재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최종 결과에 대해 “이의 없습니까”라고 묻는 방식으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최종 추인한다. 앞서 대선 결과는 선거인단 수 312명(공화당 트럼프 후보)과 226명(민주당 해리스 후보)으로 결판이 났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해리스 부통령이 이미 승복한 만큼 별다른 이의 제기 절차 없이 곧바로 선거인단 투표수 합산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부통령 당선이 공식 인증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트럼프의 대선 당선을 직접 인증하는 묘한 상황을 맞게 됐다. 다만 이런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2000년 대선에서 석패한 당시 앨 고어 부통령은 해리스와 마찬가지로 당연직 상원의장으로 이듬해 1월 6일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공식 인증했다.

중앙일보

미국 대선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6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워싱턴 DC에 위치한 자신의 모교 하워드대에서 대선 패배 승복 연설을 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통령은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준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단순히 절차를 감독하고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의장 역할만 수행한다.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무효화하거나 수정할 권한은 없다. 이는 1·6 사태 당시 트럼프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인증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생긴 혼란의 재연을 막기 위해 2022년 선거인계수법(Electoral Count Act)을 개정한 결과다.



1·6사태 사면 공언에 “순교자로 둔갑”



트럼프는 오는 20일 자신의 추종자들이 4년 전 난입해 소동을 피운 의사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한다. 1·6 사태 4주년을 맞으면서 트럼프가 대선 기간 해당 사건을 ‘사랑의 날’로 표현하며 취임 첫날 의회 폭동 가담자들에 대한 대대적 사면을 공언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폭도들이 이제 애국적인 순교자로 둔갑될 판”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 DC 의사당 건물 앞.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의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라며 “의회 폭동은 잊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1·6 사태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원도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폭력 행위를 계속하도록 (지지자들을) 부추겼다”며 “의회 폭동은 당일에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측은 “좌파의 일방적 매도”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인수팀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1·6 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묻는 말에 “주류 언론은 여전히 그날 일에 대한 진실을 보도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미 국민은 좌파의 공포 선동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