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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태국 고속도로·바라카 원전… K건설, 59년만에 수주 1조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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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타임·온 버짓’ 능력 인정받아

“놀라운 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1963년 1월, 정주영 현대건설 사장은 시무식에서 임직원을 상대로 이렇게 말했다. 이전까지 국내 어떤 건설사도 해본 적 없는 ‘해외 진출’에 도전한다는 뜻이었다. 현대건설은 그해 7월 베트남 상수도 공사 입찰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2년여간 계속된 도전 끝에 1965년 11월, 현대건설은 마침내 태국에서 첫 수주에 성공했다. 서독과 일본 등 경쟁사 29곳을 제치고, 길이 98㎞짜리 2차선 고속도로 공사를 522만달러에 따냈다. 고속도로가 없는 한국의 기업, 이전에 한 번도 고속도로를 지어본 적 없는 건설사가 수주한 것이다.

조선일보

한국 기업의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이 작년 말 기준 1조달러를 돌파했다. 1965년 첫 수주에 성공한 뒤 59년 만이다. 우리 건설사들은 미리 정해진 공기와 예산을 지키면서 뛰어난 시공 능력으로 세계 각지에서 랜드마크를 세웠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해외 1호 수주 프로젝트인 현대건설의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 현장, 동아건설산업이 1983년 첫 수주에 성공한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2017년 수주해 2022년 완공한 세계 최장 현수교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삼성물산이 지은 세계 최고층 빌딩 UAE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2004년 수주). /현대건설·DL이앤씨·삼성물산·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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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환율로 14억8000만원짜리 이 고속도로 공사는 훗날 전 세계에서 숱한 랜드마크를 지은 K건설의 초석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우리 기업의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이 1조달러(약 1470조원)를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현대건설의 첫 수주 이후 59년 만의 성과다.

초기 해외 건설 수주의 주무대는 중동이었다. 한국 건설사들은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산유국이 발주한 도로와 항만 공사 등을 따내며 외화를 벌어들였다. 삼환기업이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고속도로 공사로 처음 중동에 진출했고, 현대건설은 1976년 사우디 주베일 항만 공사를 9억6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주베일 수주액은 당시 우리 정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였다. 1980년대 해외로 파견된 우리나라 근로자 중 80%는 중동 건설 현장으로 갔다.

한국 건설 기업들은 정해진 공기(工期)와 예산을 지켜 시공하는 ‘온타임 온버짓(On time On budget)’ 능력을 내세워 세계 각국의 핵심 기반 시설과 랜드마크 건축물을 지었다. 동아건설산업이 1983년과 1989년 2차례에 걸쳐 수주한 리비아 대수로는 인간이 만든 최대 규모의 수로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높이 828m의 현존 세계 최고층 빌딩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는 삼성물산이, 주탑 사이 거리가 2023m에 달하는 세계 최장 현수교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는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지었다.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등도 모두 우리 기술로 지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K원전의 경쟁력에 건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은 단일 공사로 역대 최대 수주액(191억 달러)을 기록했다. 오는 3월 최종 계약을 앞둔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은 대우건설이 시공할 예정이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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