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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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에 따르면 법원은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한 수색 영장에 ‘형사소송법 제110·11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이례적으로 기재했다. 형소법 110·111조는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의 경우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했는데, 두 조항이 이번 사안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이를 경호처의 ‘영장 집행 거부’를 무력화할 수 있는 근거로 보는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위헌, 위법적 영장 집행”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판사가 영장에 110·111조 적용을 배제한다고 기재한 것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해당 기재가 실효적인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는 볼 수 없다”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공수처가 수색 영장의 해당 문구를 근거로 관저 수색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반대로 말하면 경호처가 공수처의 관저 수색을 거부해도 이를 무조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영장 집행에 계속 불응하며 버틸 경우에는 상급심 법원의 관련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대치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를 통과해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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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범이 아닌 윤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선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 집행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타인의 주거, 타인이 간수하는 건물 등에서 피의자를 체포할 때 ‘긴급한 사정’이 없는 한 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관련 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31일 체포영장과 함께 발부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색영장에는 ‘형사소송법 110·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부기됐다. 이는 군사상·공무상 비밀 장소에 대한 압수 또는 수색의 요건을 엄격하게 보는 해당 조항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는 “영장에 어떤 문구를 기재했던 간에 법보다 앞서지는 않는다”면서 “이 문구를 아무데나 들어갈 수 있는 ‘프리패스’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에서 영장을 받았어도 군사 비밀 장소에는 못들어간다는 게 형소법 규정인데, 이걸 영장을 통해 법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가능한지 상당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안전상 이유로 집행을 중지하고 돌아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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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일각에선 110·111조는 ‘물건에 대한 압수, 수색’에 관한 조항이어서 이번 사안과 같이 피의자를 찾는 수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부족한 법해석이란 지적이다. 영장전담판사를 지낸 한 부장판사는 “물건 압수를 하러 들어갔든, 사람을 체포하러 들어갔든 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관저 등 군사상 비밀이 필요한 장소의 내부 구조 등의 정보가 경찰과 전국민, 심지어 적국 등에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성은 비단 이번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엄격한 절차를 지키라고 법에서 정해놨으면 그 법을 존중하는게 맞다”는 의견을 내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인신구속 등 강제수사 영장에 관한 형사절차법 해석에서는 아무리 괘씸한 사람이어도 피고인에게 늘 유리하게 해석을 하지 불리하게는 해석하지 않는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라며 “불합리한 부분은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영장의 집행 범위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결국 준항고 등을 통한 상급심 법원의 판단을 통해 매듭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부지법에 이의신청을 낸 윤 대통령 측은 추가적인 준항고나 특별항고 신청 등을 통해 영장집행의 적법성 여부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경호처 공무원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할 경우에는 본안 재판부가 이번 영장의 집행 범위와 관련한 구체적 판단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체포·수색 영장을 둘러싼 위법성 논란이 추후 윤 대통령의 본안 재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피의자가 위법한 체포를 당해서 유죄의 증거가 되는 자백을 한 경우, 해당 진술은 재판에서 위법수집 증거로 인정돼 증거능력이 없어진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체포되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자백을 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현 국면은 결국 힘의 논리의 싸움”이라며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체포에 응할지 여부는 결국 이번 사안에 대한 여론의 흐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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